가라앉아 맑은 날들 365

2026년 1월 20일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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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20일 — 맡겨진 아침의 자세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커튼처럼 걷어 올리며,
아침은
조용히 우리를 부릅니다.


어제의 문장이 남아 있어도,
오늘은
새 줄을 허락받은 페이지처럼
다시 펼쳐집니다.


오늘의 역사

1993년 1월 20일 — 빌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날

그는 연설에서
변화는 한 사람의 선언이 아니라
함께 짊어지는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날은
권력이 시작된 순간이라기보다,
사람들 각자의 자리로
책임이 나뉘어 돌아간 날로
기억됩니다.


역사는
큰 약속보다
그 약속을
일상에서 감당하는 태도를
오래 남깁니다.


오늘의 에피소드

아침 버스 정류장.


눈이 덜 떠진 얼굴들 사이로
한 사람이
주운 장갑을
벤치 위에 올려둡니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정류장을 떠나기 전
장갑의 방향을
한 번 더 고쳐 놓습니다.


아무 말도 없고,
아무 보상도 없습니다.


그 작은 손짓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습니다.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 덜 차가워질 가능성을
그는
잠시 맡아 주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기도

오늘,
내게 돌아온 몫을
미루지 않게 하소서.


잠시
숨을 쉽니다.


나는 종종
변화를 말하면서도
내 자리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곤 했습니다.
큰일이 아니면
나와 상관없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역사는
낮고 분명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변화는
멀리 있는 결단이 아니라
지금 손에 쥔 선택에서
시작된다고.


가라앉게 하소서.
핑계처럼 튀어 오르는
귀찮음과
무관심의 파문을.


그리고
맑아지게 하소서.
오늘 내가 맡아야 할
작은 책임의 윤곽을
또렷이 보게 하소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넘겨짚지 않고,
남겨두지 않게 하소서.
누군가의 장갑을
벤치 위에 올려두는 일처럼,
이름 없는 친절을
조용히 감당하게 하소서.


세상이 한꺼번에
달라지지 않더라도,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만큼은
조금 더
따뜻해지게 하소서.


이 하루의 끝에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
나는 크지 않은 선택 앞에서
도망치지 않았다고.


가라앉아
마음의 소음이
잦아들고,
맑아져
내가 놓아야 할 손과
잡아야 할 손이
분명해지도록,
오늘을
책임을 건네받은 하루로
살아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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