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6일
1952년 2월 6일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즉위
여행 중이던 한 젊은 여성이
갑작스러운 부고와 함께
한 나라의 시간을 이어받았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순간에도
역할은 찾아옵니다.
그날 이후 그녀의 삶은
개인의 시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간을 품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역사는 말합니다.
인생은 준비가 끝난 뒤 시작되지 않고,
맡겨진 순간부터
우리를 성장시키기 시작한다고.
출근길 카페.
아르바이트 첫날인 듯한 청년이
계산대 앞에서 몇 번이나 손을 멈춥니다.
카드를 어디에 대야 하는지,
거스름돈을 언제 건네야 하는지
머릿속에서 순서를 찾느라
잠깐씩 시간이 길어집니다.
뒤에 줄이 생깁니다.
그때 한 손님이
시계를 보다가 말합니다.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도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 말을 조용히 받아들입니다.
청년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다음 동작을 이어 갑니다.
완벽하지 않은 첫날이
누군가의 여유 덕분에
무너지지 않은 날이 됩니다.
오늘,
갑자기 주어진 자리 앞에서
도망치지 않게 하소서.
들이마십니다.
낯섦과 함께.
잠시 머물고,
내쉽니다.
나는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작을 미루고 싶어집니다.
더 알게 되면,
더 단단해지면,
그때 나서겠다고 말하며
많은 순간을 지나쳤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알고 싶습니다.
능력은 시작의 조건이 아니라
시작의 결과라는 것을.
가라앉게 하소서.
실수할까 두려워
움츠러든 마음을.
맑아지게 하소서.
부족한 채로 서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내 안의 다정함을.
오늘 하루,
완벽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자리를 비우지 않게 하소서.
내가 맡은 작은 역할이
누군가의 하루 속에서
조용한 안정이 되기를,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의 서툶을 기다릴 수 있기를.
가라앉아,
그리고 맑아진 마음으로
나는 오늘
서 있는 법을 배웁니다.
흔들리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모르더라도
멈추지 않으며,
지금의 나로
오늘을 이어 가게 하소서.
해가 저물 때
나는 잘하지 못했어도
도망치지 않았다고
부드럽게 나를 안아 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