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아 맑은 날들 265

2026년 3월 4일

by 토사님


2026년 3월 4일 — 다시 피어나는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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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맞이하며


오늘을 맞이하며,
나는 아직 차가운 공기 속에 서 있습니다.


봄은 오고 있다지만
아침 바람은 여전히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더 분명해집니다.
계절은 단번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
따뜻함은 서서히 스며든다는 것.


우리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어제의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도,
오늘의 용기가 아직 작아 보여도,
하루는 다시 열립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완벽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라
회복되어 가는 중이라는 뜻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오늘,
완성된 사람이 되려 하지 않고
다시 피어나는 쪽을 선택합니다.


오늘의 역사

1789년 3월 4일 — 미국 헌법이 발효되어 새로운 정부가 공식 출범한 날


수많은 논쟁과 수정,
불완전한 합의와 치열한 토론 끝에
하나의 헌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완벽해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미완이었지만,
흐름을 멈추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시작’을 택했습니다.


역사는 말합니다.
완벽을 기다리다가는
아무것도 열리지 않는다고.


시작은 늘 떨림 속에서 이루어지고,
그 떨림이
시대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고.


오늘의 에피소드

아침에 화분에 물을 주다가
말라 있던 흙을 보았습니다.


겉은 딱딱했지만
물을 천천히 붓자
서서히 스며들었습니다.


처음엔 흘러넘칠 것 같았지만
조금 기다리니
흙은 제 속도로 물을 받아들였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깨달았습니다.


나도 저 흙과 같을지 모른다고.
겉은 굳어 있어도,
천천히 스며드는 따뜻함을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다는 것을.


회복은 한 번에 젖는 일이 아니라
조금씩 적셔지는 일임을.


오늘의 기도

오늘,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들이마십니다.
아직 덜 풀린 긴장을.


잠시 머뭅니다.
불안과 기대가 섞인 자리에서.


내쉽니다.
“나는 아직 멀었다”는
차가운 판단을.


가라앉게 하소서.
내가 나를 다그치는 목소리를.


맑아지게 하소서.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작은 시작 하나를.


나는 자주
완벽해진 뒤에야 나서려고 했습니다.
충분히 준비된 뒤에야
사랑하고, 도전하고, 말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알게 하소서.


삶은 준비 완료의 순간이 아니라
준비되어 가는 흐름 속에서
용기를 배우는 자리라는 것을.


내가 오늘 마주할 일들 속에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도
한 걸음 내딛게 하시고,
실수하더라도
다시 배우는 마음을 잃지 않게 하소서.


가라앉게 하소서.
결과에 대한 집착을.


맑아지게 하소서.
과정을 사랑하는 눈을.


저녁이 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오늘
완벽하지 않았지만
다시 피어나기를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끝을 증명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자라나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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