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심리·대응·회복, 우리에게 필요한 한 권. 2장.인지편향지도
“나는 이성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학은 말합니다.
“아니요, 당신은 대부분의 시간을 감정과 편향에 지배당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하루에도 수천 개의 결정을 내립니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로 갈지, 누구의 말을 믿을지.
모든 순간을 꼼꼼히 따져볼 여유는 없습니다.
그래서 뇌는 지름길(Heuristic)을 만듭니다.
경험, 습관, 주변의 행동을 참고해
“빠른 판단”을 내립니다.
이 지름길이 바로 인지 편향(Cognitive Bias)입니다.
사실 인지 편향은 생존에 유리했습니다.
옛날 숲속에서 “덜컥” 소리가 나면,
곰일지 바람일지 확인하기 전에
도망가는 편이 살 확률이 높았습니다.
빨리 믿고, 빨리 반응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었던 것이죠.
문제는, 이 편향이 현대 사회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기꾼은 이 편향을 악용합니다.
사기꾼은 데이터를 연구합니다.
그들은 피해자의 두려움, 욕망, 체면을 자극하고
편향의 지름길을 통해
생각보다 먼저 손가락이 움직이게 만듭니다.
권위를 이용해 “검사입니다”라고 말하고
희소성을 이용해 “오늘까지만”이라고 말하고
사회적 증거를 이용해 “다들 했어요”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 말을 들을 때
사실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맞는 것 같다”는 느낌에
행동해 버립니다.
한국 사회에는 편향을 강화하는 요소가 많습니다.
유교문화 → 나이·직위·기관에 대한 존중
집단주의 → 다수가 하는 일에 따르는 경향
속도문화 → 깊은 생각보다 빠른 반응 선호
등급·서열 사회 → 사회적 비교에 민감
이 모든 것이 사기꾼의 대본에 들어갑니다.
그들은 우리의 문화적 취약점까지 이해하고
시나리오를 설계합니다.
이제 우리는 다섯 가지 대표적인 편향을 살펴볼 것입니다.
권위 편향 ― 높은 사람이 말했으니 믿는다
희소성 편향 ― 지금 아니면 안 된다고 믿는다
확증 편향 ―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본다
사회적 증거 편향 ― 다들 하니까 나도 한다
선물 편향 ― 작은 호의에 큰 대가를 바친다
각 편향은 단순한 심리 현상이 아닙니다.
사기꾼의 전술 레시피입니다.
우리는 그 레시피를 해체하고,
어떻게 역이용할지 배울 것입니다.
나는 얼마나 자주 “느낌이 좋아서” 결정을 내리는가?
내가 믿는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나는 누군가의 로고, 직함, 팔로워 수 때문에 안심한 적 있는가?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한다면,
당신은 이미 편향의 지름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그 지름길 위에 경고 표지판을 세울 시간입니다.
“검찰청입니다.”
높고 무거운 이름이 목소리에 얹혀 올 때, 우리의 방어선은 흔들립니다.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피해 유형 중 정부기관 사칭형이 약 31.1%를 차지하였고, 이 중에서도 “검찰사칭·수사기관 사칭”이 특히 주목받는 유형이었습니다. 국가전략정보포털
경기도 조사에서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 중 기관사칭형 비중이 36.1%로 가장 높았고, 피해가정의 38.4%는 “신뢰할 만한 인물로 가장하여 의심할 틈이 없었음”을 피해 이유로 꼽았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국민뉴스
또한, 보이스피싱 통합 신고 대응센터 자료에 따르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 여성 피해가 급증하고 있고, 이 유형의 건당 피해액은 평균 약 4,426만 원에 이르는 경우도 조사되었습니다. 카운터스캠112
판례: 2020년 8월, 검찰 수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이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조직원들은 “검찰입니다, 귀하가 범죄에 연루되어 있으니 자금을 보호하려면 지정된 안전계좌로 보내라”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에게 돈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사법연감
실제 사례:
최근 “검사입니다”라는 문구로 시작된 전화 한 통이 있었습니다.
피해자 J씨(50대, 직장인)는 이 전화가 수사기관에서 온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대포통장 사건에 귀하 명의 통장이 연루되었으며, 조치를 하지 않으면 구속 조치할 수 있다”는 말과 위증죄 경고, 역할 분담 (검사·수사관·금감원 과장 사칭) 등의 연계된 위협이 이어지자 J씨는 지체 없이 수천만 원을 이체했습니다. 나중에야 이것이 사기라는 사실을 알았고, 법원에서는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으로 관련 조직원들에게 중형이 선고된 사건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법률신문+1
높은 이름의 힘
‘검찰’, ‘수사관’, ‘금감원’ 같은 이름은 한국 사회에서 무게가 있고, 복종과 공포를 동시에 자극합니다.
우리는 그 말이 거짓일 가능성보다 진짜일 가능성에 먼저 귀를 기울입니다.
위험과 책임의 전가
검사가 “당신 명의가 범죄에 사용됐다”고 하면, 책임감과 체면, 혹은 혹시 모를 법적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이 행동을 앞서게 만듭니다.
정보 불균형
피해자는 법률이나 제도, 절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칭범이 내놓는 공문서 양식·번호·영장 등의 말이 그럴듯하면 사실처럼 믿게 됩니다.
발신자 확인 루틴
기관 이름이 언급되면 멈추고 말하십시오:
“검찰청이 맞습니까? 연락처와 사건 번호 알려주세요.”
그리고 공식 홈페이지나 대표번호로 재확인.
공문서·양식 검증
사칭범이 보내는 문서나 사진, ‘영장’ ‘조사 통보’ 양식 등을 사진 찍어서 기관 공식 사이트에서 양식 비교.
역할 분담 사기 경계
선한 역할과 악한 역할을 번갈아 하며 심리를 혼동시키는 방식(예: 검사로 협박, 금감원 과장으로 위로)에는 특히 주의.
소액 테스트
의심스러운 지시가 있을 때, 작은 금액 또는 무해한 정보부터 제공해보고, 그 반응/과정을 살펴봄.
“오늘 밤 자정까지만”, “선착순 10인까지”, “마지막 한정판”
희소성은 불안과 욕망이 만나는 경계 위에서 작동합니다.
사기꾼은 그 경계선을 넘어오라고 손짓합니다.
희소성(Scarcity)은 우리가 무언가를 ‘잃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드는 심리적 원칙입니다.
‘놓치면 손해’라는 가능성은 우리가 더 깊이 생각하기 전에 지갑을 연다는 뜻입니다.
한국 사회는 경쟁과 한정판 문화, 입시·공급제한·청약 등 희소성을 강화하는 제도가 많고, 이는 편향을 더 예민하게 만듭니다.
보이스피싱·메신저피싱 통계에서, 2021년 기준 “금리 우대”, “한정 모집” 등의 문구가 포함된 “대출 사기형/금융회사 사칭형” 광고형 피해 건수가 전체의 약 30%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통계청
또한, 고령자 사이에서 ‘한정 수익 보장’형 투자 권유가 증가 추세이며, 노인 대상 사이버 사기 피해가 2019년 대비 4년 만에 약 4배로 급증했습니다. 희소한 기회를 잡고 싶다는 마음이 이 증가와 무관치 않다는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동아일보
K씨(30대, 직장인)는 SNS에서 본 광고 하나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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