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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나가듯: 무념무상으로 가는 길

“생각은 머물고 싶어 하지만, 마음은 흘러가고 싶어 한다.” 프롤로그

by 토사님

프롤로그 — “생각을 줄이려 하지 말고, 생각에 휘둘리지 말라”

밤이 깊을수록, 도시는 더욱 밝아진다.
불빛이 꺼질 틈이 없다. 사람들은 그 불빛 속에서
자신의 마음이 깨어 있는지, 지쳐 있는지도 모른 채
또 하루를 연장한다.

그들의 머릿속은 쉼 없는 회의실이다.
내일의 일, 어제의 후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불안이
서로의 목소리를 덮으며 끝없이 말을 이어간다.
그 회의에 단 한 번도 불참한 적이 없는 나—
그 안에서 나는 언제나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었다.

하루 종일 생각을 줄이려 애썼다.
조용히 앉아 숨을 고르면서도
“이게 잘 되고 있는 걸까?”
또 다른 생각이 그 위를 덮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생각을 없애는 게 아니라,
그저 지나가게 두면 되는 일이었다.
햇살이 커튼을 스치듯,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빠져나가듯,
생각도 그렇게 두면 사라진다.

무념무상은 비움이 아니다.
억지로 닫는 것이 아니라,
살짝 열어두는 것이다.
그 틈으로 바람이 들어와,
먼지 쌓인 마음의 책상 위를 스쳐간다.

현대인은 피곤하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과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붙잡고, 판단하고, 비교하고,
‘나’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붙들려 하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 한다.
생각이 밀려오면 그저 두고,
감정이 요동치면 그대로 흘러가게 둔다.
비우려 하지 않고, 멈추려 하지 않고,
그저 지나가게 둔다.

그때야 비로소 알게 된다.
비움은 사라짐이 아니라,
멈추지 않음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순간,
내 마음의 회의실엔 더 이상
아무도 앉아 있지 않다.


1부. 왜 우리는 무념무상으로 가야 하는가

ChatGPT Image 2025년 10월 15일 오후 07_19_46.png

1장. 너무 많은 생각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생각의 쓰레기통: 멈추지 않는 자기 대화

감정이 폭발하기 전, 마음속의 작은 회의

‘생각 다이어트’가 필요한 이유


1-1. 생각의 쓰레기통 ― 내면의 회의는 왜 멈추지 않는가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그건 잘못된 말이었어.”
“다음엔 더 잘해야지.”
“왜 그 사람은 나를 이해하지 못할까.”


이 대화는 대부분 필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멈추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쓰레기통에
끝없이 종이 쪽지를 던져 넣는 것과 같다.
‘후회’, ‘걱정’, ‘판단’, ‘비교’라는 이름의 쪽지들.


그 쓰레기통은 비워지지 않는다.
버리면 또 생기고, 버리면 또 채워진다.
어느 순간, 마음은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가슴 깊은 곳이 답답하고,
몸은 이유 없이 피곤해진다.
생각의 쓰레기가
몸의 언어로 스며드는 것이다.


그때 사람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너무 생각이 많아.”
하지만 사실, 생각이 많은 것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는 것이다.
생각은 원래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세상을 이해하려는 영혼의 움직임이다.
그러나 쓰레기가 되어버린 생각은
살기 위해 태어나
결국 나를 짓누른다.


당신이 지금 피곤하다면,
그건 일 때문이 아니라
머릿속의 회의가 끝나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의자에 앉아 나를 심문하고,
‘이건 옳다, 저건 그르다’를 따지고,
결론이 없는 논쟁을 계속하는 사람.
그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


멈추어라.
회의를 끝내려 하지 말고,
그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라.
밖에서는 새가 운다.
바람이 지나간다.
세상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생각의 쓰레기통을 비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비워둘 용기를 갖는 일이다.
새로운 생각이 들어올 수 있도록.
신선한 공기가 스며들 수 있도록.


그때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래, 이제 됐어. 조금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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