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일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새벽의 온기가 아직 몸에 닿지 않은 시간,
도시는 느린 호흡으로 깨어나고
우리의 마음도
어제의 그림자를 조심스레 털어내며
새로운 하루의 결을 만져 봅니다.
조용히 스며드는 빛처럼
오늘도 우리는
다시 한 번 삶의 페이지를 펼치며
몹시도 인간적인 마음으로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1913년 12월 1일 — 포드 자동차의 이동 조립라인 본격 도입
그날, 세상은
‘효율’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흐름을 보았습니다.
사람이 기계의 속도를 맞추는 시대가 열리며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멀리
달려가려는 문명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한편으로 우리에게 묻습니다.
“속도를 좇는 삶 속에서
너의 마음은 어디쯤에 있는가?”
빠름은 편리함을 주었지만,
느림은 여전히
우리 내면을 지켜주는 은밀한 호흡이었습니다.
지하철 역사 안,
이른 출근길의 인파가 끝없이 흘러가던 순간
한 중년 남성이
갑작스레 가방을 떨어뜨렸습니다.
사람들은 바쁜 걸음으로 스쳐 지나갔지만
한 초등학생이 멈춰 섰습니다.
아이의 작은 손이
땅에 흩어진 물건들을 조심스럽게 모아
남성에게 내밀었습니다.
“천천히 가세요.”
짧은 말 한마디였지만
그 순간,
끝없이 돌아가는 세상의 벨트 위에서
누군가는 누군가의 속도를 잠시 낮춰주는
따뜻한 힘이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오늘,
내 마음이 기계의 속도에 끌려가
숨을 잃지 않게 하소서.
할 일을 좇는 손이
너무 바빠 마음을 놓치지 않도록
잠시 멈출 용기를 주시고,
멈춤 속에서 되살아나는
나의 숨결을 느끼게 하소서.
누군가에게
속도를 늦춰주는 손길이 필요하다면
내가 그 작은 손이 되게 하시고,
말 한마디, 시선 하나가
그들의 하루를 부드럽게 덮어주는
따뜻한 담요가 되게 하소서.
오늘을 지나며
내가 놓치는 빛과,
내가 스쳐 지나가는 마음들을
더 깊이 바라보게 하시며,
빠른 세상 속에서도
내면의 리듬을 잃지 않는
단단한 고요를 키우게 하소서.
이 하루가
끝없이 흐르는 벨트 위의 시간이 아니라
내가 온전히 나로 설 수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빚어지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