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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의 과학과 수련

시간 너머의 꿈.7장

by 토사님

Ⅱ부. 증거와 쟁점 — 세계 연구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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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복제 논쟁: Bem 실험과 후속 실패·반론이 말하는 것—개인 실험 설계에의 시사점.


7-1. Bem의 파문: ‘미래를 미리 아는 뇌’라는 주장과 그 충격

— 심리과학의 문을 두드린 작은 파동이 세계를 흔들다

2011년, 조용하던 심리학계에
한 연구가 벼락처럼 떨어졌다.
대런 바움(Bem)의 실험.
그는 과학이 가장 조심스럽게 다루던 문장 하나를,
과감히 종이에 적었다.

“인간의 뇌는 때때로 미래를 먼저 감지한다.”


그리고 그 주장을 뒷받침하듯,
그는 9개의 실험을 제시했다.
그 실험들은 심리학 최상위 저널(JPSP)에 실렸다.
그 순간—
과학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토록 충격적이었는가

Bem의 실험은 단순한 트릭이 아니었다.
그는 전통적 실험 구조를 뒤집었다.
보통은 원인 → 결과로 흐른다.
그런데 그는 이렇게 물었다.

“미래의 자극이 현재의 선택을 바꿀 수 있는가?”

“아직 보지 않은 이미지가 심장 박동을 바꿀 수 있는가?”

“같은 단어라도, 미래에 보여줄 단어가 더 잘 기억되는가?”

그가 제시한 결과는 조용했지만 불가解했다.
작은 효과였으나 일관성이 있었다.
마치 물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울음처럼,
희미하지만 분명한 진동이 있었다.

심리학은 이를 설명할 언어가 없었다.


과학은 ‘가능성의 문’을 두려워한다

과학은 사실을 사랑하지만,
그 사실이 세계를 뒤흔드는 순간에는
늘 잠시 머뭇거린다.

Bem의 실험도 그랬다.

그의 데이터는 작았고,
효과는 미세했지만,
그 미세함 속에는
시간의 방향성을 흔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과학자들은 혼란스러웠다.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아는 인과율은 무엇이 되는가?”

그 질문은 학계의 심장을 조용히 흔들었다.


대중이 열광한 이유

Bem의 연구는 과학보다
먼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우리는 모두 한 번쯤
“왠지 그렇게 될 것 같았다”는 느낌을 기억하고 있다.

설명할 수 없는 예감,
이상하게 맞아떨어진 꿈,
몸이 먼저 반응한 순간들.


Bem의 실험은
그 모든 경험을 향해
“어쩌면, 당신이 느낀 것이 틀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라고 말해준 셈이었다.


과학이 오랫동안 무시했던
조용한 인간 경험들을
처음으로 ‘과학의 언어’로 초대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Bem의 성취는 ‘증명’이 아니었다

그의 연구는
예지를 증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훨씬 중요한 일을 했다.

“과학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영역이 있다.”

그는 과학의 문턱 가장자리에서,
손가락으로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그 소리에
세계가 대답했다.


결론 — Bem은 예지를 증명한 것이 아니라, 과학의 경계를 시험했다

Bem의 실험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몸으로 느껴왔던 질문—

“우리는 미래의 기척을
어쩌면 미리 감지하는가?”

그 질문을
처음으로 실험실의 빛 아래 올려놓은 순간이었다.

과학은 흔들렸고,
대중은 열광했고,
연구자들은 새로운 전장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이 장은 바로,
그 전장의 뒤편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무엇이 재현되었고, 무엇이 흔들렸으며,
무엇이 아직 남아 있는가”
그 신중한 탐색의 시작이다.


7-2. 복제 전쟁: 실패와 반론, 그리고 데이터의 회색지대

— 진실은 한 번에 드러나지 않는다. 반복되는 시도 속에서, 조금씩 윤곽을 드러낼 뿐이다.


Bem의 논문이 발표된 지 몇 달 후,
심리학계는 거대한 실험실처럼 변했다.
전 세계 연구팀들이 그의 실험을 하나하나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과학 전체가
한 사람의 질문에 동시에 대답하려는 광경 같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단순한 옳고 그름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마치 안개 속에서 형체가 조금씩 바뀌는
**‘투명한 현상의 그림자’**였다.


1) 복제 실패가 쌓여갈 때, 과학은 더 깊어졌다

2012년, Wagenmakers 팀이 가장 먼저 비판의 칼을 들었다.
그들은 베이지안 분석을 통해
“효과가 사실상 0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미국,

유럽,

대규모 공동 연구팀들이
Bem의 절차를 그대로 따라 했으나
대부분 재현에 실패했다.

세계는 단순히 반박한 것이 아니었다.
Bem의 주장과 ‘정면승부’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이 효과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결론을 내리는 연구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러나—
이것은 논쟁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


2) 그런데 일부 연구에서는 다시 ‘부분적 재현’ 보고가 등장했다

2016~2021년,
아시아와 남미, 그리고 특정 성향의 피험자 집단에서는
Bem의 효과가 다시 나타났다.

작지만 유의미한 차이,
설명하기 어려운 패턴들이
학계의 물음표를 다시 흔들었다.

이는 두 가지 가능성을 열었다.

효과는 존재하지만, 특정 조건에서만 나타난다.

효과는 존재하지 않지만, 특정 상황에서 우연이 반복된 것처럼 보인다.

과학은 이 두 가지 사이에서
확신을 쉽게 내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 현상은
너무 작아서 사라져 보이지만,
너무 일관되어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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