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남자의 차이, 오해와 갈등을 넘어 동행으로.4장
— 말의 첫 문장은 언제나 ‘의도’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의도를 자주 오해한다.
대화는 단순히 단어와 문장이 오가는 일이 아니다.
대화는 마음이 몸 밖으로 나오는 방식이고,
그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는
언제나 하나의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이 다르면
서로의 말이 멀어지고,
그 목적이 같아야
말이 비로소 서로에게 닿는다.
이 장은 그 목적의 차이를
부드럽게, 그러나 뼛속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우리가 말을 건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정서적 목적:
“내 마음을 알아줘.”
감정의 무게를 나누고 싶어서 말을 한다.
위로, 공감, 확인, 소속감.
말 그 자체가 목적이다.
도구적 목적: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상황을 정리하고 싶어서 말을 한다.
분석, 구조화, 선택, 방향 설정.
해결이 목적이다.
사람마다 이 두 목적의 우선순위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감정을 먼저 풀어야 마음이 움직이고,
어떤 사람은 구조를 먼저 잡아야 감정이 따라온다.
둘 다 자연스럽고, 둘 다 필요하다.
그러나 이 차이를 모르면
대화는 자주 길을 잃는다.
예를 들어,
“오늘 정말 힘들었어.”
정서적 목적을 가진 사람의 이 말은
“해결법을 말해달라”가 아니라
“내 마음을 받아줘”라는 요청이다.
하지만 체계적 목적을 가진 사람은
그 말에서 곧바로 문제를 읽는다.
“왜 힘들었어? 뭐 때문에?”
이 순간, 두 사람의 말은
같은 방향을 향하지 못하게 된다.
정서적 목적을 가진 사람은
이 질문을 ‘공감 부족’으로 느끼고,
도구적 목적을 가진 사람은
상대의 답답함을 이해하지 못한다.
실은 둘 다 잘못이 아니다.
둘 다 사랑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단지 목적이 다른 대화가 충돌한 순간일 뿐이다.
정서적 대화를 원하는 사람은
말을 통해 마음의 무게를 덜고자 한다.
그에게 말은 통로다.
도구적 대화를 원하는 사람은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마음의 무게를 덜고자 한다.
그에게 말은 도구다.
통로와 도구가 충돌할 때,
오해는 자연스럽게 생긴다.
한 사람은 “내 마음을 이해해줘”라고 말하는데
다른 사람은 “그럼 이렇게 하면 되잖아”라고 답한다.
이에 공감형은
“내 감정을 무시하네”라고 느끼고,
체계형은
“왜 문제를 해결하지 않지?”라고 답답해한다.
목적의 충돌은 결국
두 사람이 같은 문장 위에서
전혀 다른 세계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대화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장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을 태어나게 만든 목적을 읽는 것이다.
그 질문은 아주 간단하다.
“이 사람은 지금
마음을 나누고 싶은 걸까,
아니면 문제를 정리하고 싶은 걸까?”
이 질문 하나만 떠올려도
대화의 흐름은 완전히 달라진다.
감정을 나누고 싶어 하는 대화에는
귀를 주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대화에는
손을 내밀면 된다.
우리가 말의 목적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
비난이 이해로 바뀌고,
싸움이 대화로 바뀌며,
관계는 한 걸음 더 부드럽게 움직인다.
— 말의 양은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이 숨 쉬는 속도다
우리는 종종 말의 ‘양’으로 사랑을 판단한다.
말이 많으면 관심이 많은 사람 같고,
말이 적으면 마음이 식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의 깊이는 말의 양이 아니라
**말이 만들어지는 ‘속도’와 ‘리듬’**에 더 가깝다.
사람마다 숨 쉬는 리듬이 다르듯,
말이 익어가는 시간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말이 즉흥적으로 피어나고,
어떤 사람은 말이 천천히 숙성된다.
이 두 흐름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가 피어오르고,
이 흐름을 이해하게 되면
관계는 훨씬 부드러워진다.
어떤 사람은 감정을 느끼자마자
곧바로 말로 꺼내며 마음을 조율한다.
그들에게 말은
내면의 혼란을 정리하는 호흡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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