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남자의 차이, 오해와 갈등을 넘어 동행으로. 5장
애정 표현, 섹슈얼 커뮤니케이션, 거절·동의의 경계
— 사랑은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 서로 다른 ‘표현 채널’을 통해 흐른다
사랑은 늘 같은 얼굴을 하고 오지 않는다.
어떤 사랑은 말을 입고 오고,
어떤 사랑은 행동의 형태로 나타나며,
어떤 사랑은 조용히 시간을 건네고,
어떤 사랑은 손의 온도로 전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렇게 사랑하는데, 왜 전해지지 않을까?”
그 질문의 답은 대개 감정의 부족이 아니라
언어의 불일치에 있다.
사랑을 느끼는 마음은 충분한데
상대에게 닿지 않는 순간이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각자가 사랑을 전송하는 채널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사랑을 말로 확인한다.
“고마워”, “좋아해”, “괜찮아” 같은 문장이
그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신호다.
어떤 사람은
사랑을 행동으로 증명한다.
묵묵히 챙기고, 책임지고, 도와주는 손길이
그의 사랑이다.
어떤 사람은
사랑을 시간으로 느낀다.
함께 앉아 있는 침묵,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밤이
그에게는 가장 큰 고백이다.
어떤 사람은
사랑을 신체적 접촉에서 읽는다.
포옹, 손잡기, 어깨에 얹힌 손이
그에게는 말보다 분명한 언어다.
또 어떤 사람은
사랑을 관심과 기억에서 확인한다.
사소한 취향을 기억해 주는 일,
지난 이야기를 잊지 않는 태도가
그의 마음을 열어준다.
이 다섯 가지는 우열이 없다.
그저 주 언어와 보조 언어가 다를 뿐이다.
갈등의 많은 장면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왜 몰라줘?”
“난 충분히 표현한다고 생각했는데, 왜 부족하다고 해?”
이때 우리는 흔히
상대의 마음을 의심한다.
그러나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이다.
“상대는 지금,
내가 쓰지 않는 언어로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말의 사랑을 쓰는 사람 앞에서
행동의 사랑은 침묵처럼 보이고,
시간의 사랑을 쓰는 사람에게
말의 사랑은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서운함은 감정의 결핍이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생기는 마찰이다.
관계가 성숙해진다는 것은
자기 언어를 버리는 일이 아니다.
상대의 언어를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 더 시도해보는 용기를 갖는 일이다.
말의 사랑을 쓰는 사람은
행동의 사랑을 알아보는 눈을 기르고,
행동의 사랑을 쓰는 사람은
말 한마디의 힘을 배우게 된다.
시간의 사랑을 쓰는 사람은
신체적 접촉의 위로를 연습하고,
접촉의 사랑을 쓰는 사람은
함께 있음의 고요를 존중한다.
그때 관계는 이렇게 변한다.
“왜 너는 이렇게 사랑해?”에서
“아, 너는 이렇게 사랑하는구나”로.
사랑을 오래 이어가는 사람들은
대단한 감정을 가진 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서로의 사랑을 ‘번역’하려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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