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직관·예술로 엮은 인류-견류 간 대화의 대전(大全).16장
개에게 사람의 냄새는 단순한 향이 아니다.
그 향은 기억의 문,
감정의 첫 신호,
그리고 “지금 이곳은 안전하다”라고 말해주는
가장 본질적 언어다.
우리는 눈으로 개를 찾지만,
개는 냄새로 우리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 냄새를 통해
당신이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지금 마음이 어떤 결로 흔들리고 있는지,
어떤 숨을 쉬고 있는지를 읽어낸다.
사람 체취는 개의 뇌를 가장 빠르고 깊숙하게 안정시키는
생리적 안식처다.
개가 당신의 체취를 맡는 순간,
그 향은 뇌의 중심부로 곧장 진입한다.
다른 감각처럼 복잡한 해석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먼저 **후각구(olfactory bulb)**에서 처리되고,
즉시 **편도체(amygdala)**로 전달된다.
편도체는 감정, 특히 ‘위험 여부’를 판단하는 자리다.
당신의 익숙한 향은 편도체에 이렇게 말한다.
“이건 괜찮은 신호야.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그러면 개의 몸에서
근육 긴장이 풀리고,
호흡이 느려지고,
심박이 안정되는 변화를 즉각적으로 보인다.
당신의 체취는
개의 뇌가 세상과 타협하는 첫 번째 근거가 된다.
놀랍게도,
fMRI 연구에서 개는
사람의 체취만 맡아도
**도파민 보상 회로(선조체)**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료도, 장난감도, 간식도 없이—
오직 당신의 냄새 하나로.
이것은 개가
‘익숙한 사람의 향 = 가장 큰 보상’
이라고 학습했기 때문이다.
산책을 하던 행복했던 시간
쓰다듬던 따뜻한 순간
함께 눕던 고요한 밤
이 모든 기억이
당신의 향기에 저장되어 있다.
그래서 개는 당신의 체취를 맡는 순간
머릿속에서 이런 반응이 일어난다.
“좋은 일이 온다.
내 사람이 여기 있다.”
이것이 **향기 기반 보상(olfactory reward)**의 과학이다.
체취가 개에게 단순한 ‘기억’이나 ‘보상’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이 향이 동시에 옥시토신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옥시토신은
신뢰, 유대, 사랑, 회복
이 모든 정서를 촉발시키는 호르몬이다.
사람은 개의 냄새를 맡을 수 없지만,
개는 당신의 냄새 속에서
당신의 감정적 상태를 읽고,
그 정보를 통해
다시 당신에게 감정적으로 연결된다.
당신의 체취는
개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나는 네 사람이고,
너는 나의 개다.
우리는 서로를 잊지 않는다.”
이 향은 개의 세계에서
가장 오래 남는 ‘관계의 서명’이다.
사람 냄새는 개에게
보상이고, 지도이고, 약속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말을 가르치려 하지만,
사실 개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향기로 마음을 배웠다.
당신이 집에 들어오는 순간,
현관에 스미는 그 익숙한 냄새만으로
개는 이미 안다.
“아, 세상이 다시 괜찮아졌다.”
그리고 그 순간,
당신이라는 존재는
개의 뇌에서 가장 깊은 평화로 번역된다.
개의 뇌에서 사람의 체취는
그 자체가 하나의 감정 버튼이다.
그 냄새가 공기 중에 희미하게 퍼지는 순간,
개는 과거의 따뜻한 순간들을
눈에 보이지 않는 필름처럼 재생한다.
“산책을 갔던 길의 햇살”
“손바닥으로 턱을 받쳐주던 편안함”
“잠들기 전 들었던 숨결의 고요함”
이 모든 순간들이
오롯이 체취 한 방울에 저장되어 있다.
개가 당신의 향에 반응하는 것은
당신을 ‘기억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향이 좋았던 날들의 문을 다시 여는 신경적 자극이기 때문이다.
냄새는 해마(hippocampus)에 직접 닿는다.
해마는 기억을 저장하고 꺼내는 신비로운 서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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