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언어로 강아지와 소통하는 방법

과학·직관·예술로 엮은 인류-견류 간 대화의 대전.17

Part V. 후각 세계로의 잠수—냄새로 대화하기

17장. 자기-인식의 냄새 버전:

거울이 아닌 ‘스멜 미러링’의 증거들

17-1. 거울을 통과하지 않는 자아 ― 개는 왜 거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가

우리는 오래도록 이렇게 질문해왔다.
“거울 속의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자아는 없는 것일까?”

거울 자가인식 테스트는
인간과 몇몇 유인원, 돌고래, 코끼리에게만 통과를 허락했다.
그리고 개는 그 문 앞에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우리는 너무 쉽게 결론을 내려버렸다.

“개는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결론에는
치명적인 전제가 숨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아는 시각으로만 확인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거울은 인간의 언어다

거울 테스트는 중립적인 검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감각 체계—
얼굴을 중심으로 한 시각적 정체성—를 기준으로 설계된 질문이다.

거울 앞에서 인간은 이렇게 묻는다.
“저게 나인가?”

그러나 개는 애초에
‘보이는 나’로 자신을 정의하지 않는다.
개에게 얼굴은 명함이 아니라 그림자에 가깝다.
자아의 핵심은 보이는 형상이 아니라
지속되는 감각의 흐름에 있다.

개에게 자아란 ‘보이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

개의 세계에서
정체성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냄새, 체온, 감정 상태가 겹겹이 쌓이며
시간 속에서 이어지는 연속성이다.

그래서 거울 속의 개는
낯설다.
움직이지만 냄새가 없고,
눈은 마주치지만 후각적 서명이 없다.

개는 그 앞에서 이렇게 판단한다.

“이것은 나의 연속성에 속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식 실패가 아니라
인지적 정확성이다.

거울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거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

개가 거울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자아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개는 이미
자신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거울이라는 보조 장치를 요구하지 않는다.

자신의 냄새가 어제와 다른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몸이 아픈지,
주인과 떨어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이 모든 것을
개는 후각과 신체 감각으로 즉각 파악한다.

거울은
‘지금의 나’를 보여주지만,
냄새는
‘어제부터 지금까지의 나’를 증명한다.

자아 인식의 질문을 다시 써야 할 때

따라서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다.

“개는 거울 속의 자신을 아는가?”에서
“개는 자기 자신을 어떤 감각으로 아는가?”로

이 질문을 바꾸는 순간,
개는 시험에서 탈락한 존재가 아니라
다른 시험을 통과한 존재가 된다.

결론

개는 거울을 통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그들은 애초에
거울을 통과할 필요가 없는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살아간다.

개는 거울 속의 나를 찾지 않는다.
그들은 냄새와 감각의 연속성 속에서
이미 자기 자신과 함께 있다.

이 장의 끝에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자아는 하나의 형태가 아니다.
자아는 그 종이 세계와 만나는 방식이다.

17-2. 스멜 미러링 실험 ― ‘나의 냄새’를 인식하는 뇌의 반응

개는 거울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땅 위에 남은 냄새 앞에서는
발걸음을 늦추고, 고개를 숙이며, 시간을 쓴다.

그 시간은 망설임이 아니라 확인이다.
“이것은 나인가?”
그리고 곧이어 이어지는 두 번째 질문.
“나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는가?”

이 질문이 바로
후각적 자기 인식의 시작점이다.

‘나의 냄새’라는 기준값

행동학 실험들은 일관된 장면을 보여준다.
개는 자신의 냄새에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형된 자신의 냄새—
다른 개의 체취가 섞였거나,
시간이 흐르며 성분이 바뀐 냄새—에는
눈에 띄게 오래 탐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