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직관·예술로 엮은 인류-견류 간 대화의 대전(大全).18장
마을개는
누군가의 개이기 전에
마을의 개다.
그들은 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대신 골목의 흐름,
아이들의 웃음소리,
새벽 장터의 냄새,
저녁의 적막을 기억한다.
마을개에게 세계는
명령의 연속이 아니라
관계의 밀도다.
마을개는
특정 보호자와의 1:1 관계보다
다수의 인간과 느슨한 균형을 맺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그들의 언어는
요구하지 않는다.
설득하지 않는다.
다만 묻는다.
“여기 앉아도 될까?”
“지금 지나가도 괜찮을까?”
“이 거리는 오늘 안전할까?”
이 질문은
짖음이 아니라
거리 조절로,
시선 회피로,
몸의 방향 전환으로 표현된다.
마을개의 몸짓은
언제나 상대의 선택권을 남긴다.
그것이 그들의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마을개는
싸움을 잘하지 않는다.
대신 싸움을 만들지 않는다.
마을에서 갈등은
곧 위험이기 때문이다.
내일도 이 길을 지나야 하고,
이 골목의 인간들과
계속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개의 언어는
공격보다 중립이 발달했다.
먼저 멈추고
먼저 비켜서고
먼저 고개를 돌린다
이 모든 행동은
두려움이 아니라
지혜의 몸짓이다.
“마을개는 약해서 피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평화를 선택한다.”
아시아의 골목,
지중해의 마을,
남미의 광장에서
마을개의 언어는 놀랍도록 닮아 있다.
그들은
사람을 향해 달려가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을 항상 보고 있다.
눈을 마주치지 않되,
시야 안에 둔다.
관계를 끊지 않되,
과도하게 얽히지 않는다.
이 절묘한 거리감은
훈련의 결과가 아니다.
세대에 걸쳐 축적된 문화적 학습이다.
마을개는
인간에게 순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을 이해한다.
그들은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상황을 읽는다.
보상을 요구하지 않고,
공존을 택한다.
“마을개의 언어는
통제의 문법이 아니라
공존의 문법이다.”
우리가 마을개를
‘주인 없는 개’라고 부를 때,
그들은 이미
세상과 관계 맺는 법을 알고 있다.
마을개의 언어는
소리보다 공기에 가깝다.
명령보다 눈치에 가깝고,
훈련보다 삶에 가깝다.
그들은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항상 묻는다.
“지금 이 세계와
평화롭게 함께 있어도 될까?”
그리고 그 질문이야말로
개가 인간과 나누는
가장 오래된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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