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2일
2015년 12월 12일 — 파리기후협정 채택
지구의 미래를 둘러싼
긴 침묵과 논쟁 끝에
세계는 마침내
하나의 약속을 적어 내려갔다.
지구 온도를 지키는 일은
국가의 이해보다 먼저
다음 세대의 숨을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 약속은 거대하지만
그 의미는 단순하다.
지구가 오래 버틸 수 있도록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조용히
조금 더 배려 깊게 바꾸자고
처음으로 함께 고개를 끄덕인 날.
아침 출근길 버스 정류장,
한 아주머니가
작은 화분 하나를 품에 안고 서 있었다.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화분 속 흙이 넘칠까
그녀는 손가락으로 흙을 살짝 다독였고,
그 모습을 본 옆자리 청년이
자리 한쪽을 넓게 내주었다.
“무거우시죠? 여기 놓으세요.”
아주머니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화분을 건넸다.
따뜻한 난방 공기 속에서
잔가지 몇 개가 흔들리며
햇빛처럼 잔잔한 움직임을 만들었다.
누구도 큰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버스 안의 공기는
작은 생명을 함께 지키려는 마음으로
조금 더 환해졌다.
세상을 구하는 약속도
작은 배려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 순간, 모두가
아주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듯했다.
오늘,
내가 지나는 모든 자리에서
부드러운 숨을 남기게 하소서.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 시작이
위대한 외침이 아니라
작은 돌봄의 손끝일 수 있음을
내 마음이 먼저 깨닫게 하시고,
피로한 세계 속에서
내가 선택하는 한 걸음이
누군가의 내일을
더 맑게 비추는 빛이 되게 하소서.
나를 지나친 사람들의 몸짓에서
숨은 친절을 발견하게 하시며,
그 친절이
내 안의 단단한 마음을 풀어
다시 온기로 흘러가게 하옵소서.
오늘의 나는
지구를 지키는 일처럼 거대한 주제를
가볍게 말하지 않으면서도,
그 마음의 방향을
일상의 작은 배려 속에
은근히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조용히 가라앉는 이 하루가
나를 더 투명하게 비추고,
내가 건네는 미약한 따뜻함조차
세상의 균열을 조금은 메우는
잔잔한 힘이 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