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마음·명상을 잇는 21세기 치유학
병원에서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집에 돌아와 불을 끄면 몸과 마음이 계속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 그 무리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검사 수치는 정상이었지만,
아침마다 일어나기가 버겁고,
밤이 되면 이유 없는 불안과 공허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때 문득, 오래전 읽고 덮어 두었던 한 권의 책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동의보감이었습니다.
동의보감을 다시 펼쳐 읽으며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수백 년 전에 쓰인 책인데도,
지금의 우리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이 생각하면 비위가 상한다.”
“분노가 오래 머물면 간을 상하게 한다.”
“걱정과 근심이 쌓이면 기가 막힌다.”
이 문장들을 읽는 순간,
“아, 이건 옛날 사람들의 미신이 아니라
몸과 마음, 생활습관을 하나의 흐름으로 본 통찰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언어가 현대인에게는 너무 낯설고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동의보감이 담고 있는 통찰을,
현대 의학과 과학, 그리고 명상의 언어로 다시 풀어보자.
기(氣), 혈(血), 정(精)이라는 말을
뇌과학, 호르몬, 자율신경, 회복탄력성 같은 개념과 연결하고,
장기와 감정을 생활습관과 명상으로 이어 주는
“다리”를 놓고 싶었습니다.
그 다리를 건너는 과정이 바로
이 책 **《현대인을 위한 동의보감》**입니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몸의 언어를 다시 배우는 장(몸 편)
간, 심장, 폐, 비위, 신장 등 주요 장기를
동의보감의 시선과 현대 의학의 시선으로 동시에 바라봅니다.
“어디가 고장 났다”가 아니라
“어떤 삶의 패턴이 이 장기를 힘들게 했는가”를 함께 묻습니다.
마음의 패턴을 읽는 장(마음 편)
동의보감의 칠정(희·노·우·사·비·공·경)을
불안, 우울, 번아웃, 공황, 무기력과 연결해 설명합니다.
감정을 없애려 하기보다,
몸과 호흡 속에서 안전하게 흘려보내는 방법을 나눕니다.
하루를 다시 설계하는 장(생활습관 편)
수면, 식사, 움직임, 디지털 사용, 관계를
“양생(養生)”이라는 오래된 개념으로 재해석합니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도덕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덜 아픈 방향으로 리듬을 조정하는 제안들입니다.
직접 따라 해보는 장(명상 처방전 편)
불면, 불안, 만성통증, 노화, 관계 스트레스 등
현대인이 자주 겪는 상태들을 위해
5~15분 안에 할 수 있는 호흡·명상 루틴을 정리했습니다.
각 루틴은
동의보감 한 구절 → 현대 과학적 설명 → 실천 방법
이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네 흐름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몸 – 마음 – 생활 – 명상”이 하나의 고리를 이루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 책은 교과서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외워야 하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의 상태에 맞춰 “필요한 부분부터” 집어 읽는 책에 가깝습니다.
요즘 유난히 잠이 오지 않는다면,
수면과 밤의 양생, 불면 명상 루틴이 담긴 부분부터 펼쳐 보세요.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하다면,
심장과 폐, 자율신경을 다룬 장과
불안 명상 처방전을 먼저 읽어도 좋습니다.
그냥 모든 것이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면,
간과 비위, 젊음 스위치, 회복탄력성을 다룬 부분이
“다시 기운을 불러오는” 작은 실마리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읽으면서 동시에 조금씩 실천해 보셨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호흡을 바꾸는 3분,
잠들기 전 10분,
식사 전에 한 번 멈추는 30초,
이렇게 아주 작은 단위의 실천들이
생각보다 강력한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이 책이
당신의 모든 병과 고통을 단번에 없애 주는 기적을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심스럽게,
이 정도는 약속해 보고 싶습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입니다.
“나는 원래 체력이 약해서 그래.”
“나는 원래 예민한 성격이야.”
이런 단순한 꼬리표 대신,
장기와 감정, 생활습관의 연결을 이해하게 됩니다.
내 삶의 리듬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언제 자고, 어떻게 먹고, 얼마나 멈추어야 하는지, 과로와 번아웃의 전조가 무엇인지,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조금씩 읽을 수 있게 됩니다.
명상이 추상적인 수련이 아니라 “실제 도구”가 됩니다. 숨 하나, 자세 하나, 이미지 하나를 통해 자율신경과 뇌의 긴장을 직접 완화해 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 결과,
당신의 하루는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덜 흔들리며,
조금 더 자기답게 정렬되어 갈 것입니다.
우리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한 과학과 기술 덕분에
이전 세대보다 더 오래, 더 편리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면증, 공황장애, 우울, 번아웃, 만성피로는
어느 시대보다 흔해졌습니다.
몸은 편해졌는데,
신경과 마음은 오히려 더 지쳐 버린 시대.
이 시대의 병은
“무엇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이라기보다,
“너무 많은 정보와 자극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린 데서 시작되는 병”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술과 약뿐 아니라,
몸과 마음을 통째로 바라보는 옛 시선,
그리고 그것을 현대의 언어로 다시 번역해 주는 다리,
마지막으로 그 다리를 건너도록 도와 주는 작은 실천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그 세 가지를 동시에 담아 보려는 시도입니다.
이 책을 다 쓰는 날,
저는 한 사람의 의사도, 한 사람의 스승도 아닐 것입니다.
다만
“나도 한때는 많이 아팠고,
동의보감과 명상, 현대 의학의 지혜들을 빌려
조금씩 나아져 가는 중인 사람”으로서,
당신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놓을 뿐입니다.
이 책이 당신에게
몸과 마음을 다시 이해하는 새로운 언어가 되고,
오늘을 조금 덜 괴롭게 건너게 해주는 작은 동행자가 된다면,
그것이면 이 책을 쓴 이유로 충분하다고,
조용히 그렇게 믿어 봅니다.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