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주의·상상으로 뇌와 몸을 다시 짓는 수련법. 1장
“성격은 안 변한다”는 믿음에 대한 도전
뇌 가소성, 심신 상호작용 연구가 말해주는 것
명상·호흡·이미지 트레이닝이 몸과 마음을 바꾼 연구들
‘초능력’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기술’로 보기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주문을 풀어내기
“어쩔 수 없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말을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화를 참지 못했을 때,
기회를 눈앞에서 또 놓쳤을 때,
사람들 사이에서 말 한마디 못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그 말은 이상한 위로처럼 느껴집니다.
“그래, 네 잘못만은 아니야. 태어날 때부터 그랬는데, 어떡하겠어.”
마치 이미 정해진 대본을 따라가고 있는 배우처럼,
우리는 자신을 고정된 성격의 감옥 안에 가둬두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정말로 우리의 성격은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채로 굳어버린 돌덩이일까요?
“얘는 어릴 때부터 숫기 없는 애였어.”
“쟤는 성격이 원래 불 같아. 절대 안 바뀌어.”
가족, 학교, 친구, 직장에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라벨을 받습니다.
과 묶음으로 처리하기 편한 말들.
거기에 MBTI, 혈액형, 별자리, 사주까지 더해지면
우리는 한순간에 “정리 가능한 존재”가 됩니다.
I형이라서, 나는 원래 혼자 있어야 편하고
E형이라서, 나는 늘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하고
A형이라서, 소심하고
O형이라서, 대범하고…
라벨은 때로 재미있고,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를 열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말들이 자기 암시가 되는 순간입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이 말은,
현실을 설명하는 문장이 아니라
미래를 묶어 두는 주문이 되어 버립니다.
하고 싶은 말을 삼킬 때마다,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을 피할 때마다,
우리는 그 주문을 슬며시 꺼내 들며
스스로를 설득합니다.
“그래, 난 원래 소심하니까.”
“난 원래 집중력이 없어서.”
“난 원래 그런 거 잘 못해.”
그렇게 몇 년, 몇 십 년이 지나면
처음엔 그저 **“자주 하던 선택”**이었던 것이
어느새 **“내 본성”**과 섞여 버립니다.
사실은,
우리가 “원래 이런 사람”인 경우보다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서 익숙해진 사람”인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성격을 “기질”이나 “유전자”라는 언어 대신
**“길”**이라는 이미지로 한번 바꿔 볼까요?
어느 마을에서든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은
자연스럽게 넓어지고 단단해집니다.
비가 와도 쉽게 지워지지 않고,
눈이 와도 먼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
다시 길이 드러납니다.
반대로,
거의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길은
금세 잡초가 자라고,
돌멩이가 뒤엉키고,
어느 순간부터는
“원래 길이 없던 곳”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해 왔는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충돌이 일어나면 무조건 피하는 길
불안이 올라오면 더 생각하지 않는 길
새로운 기회가 오면 “나 같은 사람이 뭘” 하며 돌아서는 길
이런 선택들이 반복될수록
우리 안의 길은 한 방향으로만 넓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합니다.
“봐, 난 늘 이렇게 행동해.
이게 바로 나야.”
하지만 그건
“이 길을 가장 많이 걸어왔던 나”이지,
“이 길만이 가능한 나”는 아닙니다.
조금 과장해 말해 보겠습니다.
“성격이란,
우리가 평생 동안 가장 많이 밟아 온
심리적 발자국들의 합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나는 지금도
같은 길만 밟고 있는가?”
“새로운 길 하나쯤은
내 안에 더 만들 수 없는가?”
누군가 변했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삶에 큰 사건이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큰 사랑, 큰 실패, 큰 병, 큰 깨달음.
물론 그런 순간들이
인생의 방향을 크게 틀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매일 경험하는 변화는
훨씬 더 소소한 것들입니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
10초 동안만 입을 다물고 숨을 세는 사람,
늘 거절하던 초대를
한 번만 “그래, 가 볼게”라고 말해 보는 사람,
잠들기 전에 휴대폰 대신
오늘 하루 고마웠던 일을
단 한 가지라도 떠올려 보는 사람.
이런 선택들은
한 번으로는 티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반복되면
뇌는 그 선택을
하나의 새로운 길로 인정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당신에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묻습니다.
“오늘 하루 동안,
아주 작지만
평소와는 다른 선택을
단 한 번만 해 볼 수 있을까요?”
그 작은 차이가
당신의 뇌와 몸, 기억과 감정 위에
새로운 설계선을 긋는 첫 번째 연필선이 됩니다.
“나는 원래 소심해요.”
“나는 원래 쉽게 무너져요.”
“나는 원래 몸이 약해요.”
이 문장들 끝에,
단어 하나를 조용히 덧붙여 봅시다.
“나는 지금까지는 소심했어요. 아직은.”
“나는 지금까지는 쉽게 무너졌어요. 아직은.”
“나는 지금까지는 몸이 약했어요. 아직은.”
_원래_라는 말은
문장을 닫아 버립니다.
_아직_이라는 말은
문장을 열어 둡니다.
이 장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바로 이것입니다.
당신의 성격을 부정하거나
지금까지의 삶을 잘못이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성격 역시
조금씩 다시 설계될 수 있는
살아 있는 구조물이다.”
라는 사실을
부드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당신의 마음 안에 놓아 보는 일입니다.
이후의 장들에서 우리는
뇌 가소성과 심신 상호작용,
명상과 호흡, 이미지 트레이닝이
실제로 어떻게 이 설계에 참여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속으로 한 번만
다른 문장을 중얼거려 보는 데 있습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가 아니라,
“나는 지금도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그 조용한 인정이,
보이지 않는 설계도의 첫 페이지입니다.
1-2. 뇌는 생각보다 훨씬 유연하다
보이지 않는 회로를 계속 다시 깎아내리는 손
한때 과학자들은 이렇게 믿었습니다.
“성인은 더 이상 뇌가 변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이 지나면 회로는 굳어 버린다.”
그래서 상처 입은 사람에게,
습관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절망한 사람에게
우리는 너무 쉽게 이런 말을 건넸습니다.
“원래 그런 거야. 나이가 들면 다 그래.”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뇌과학은 이 말을 조용히 취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사고를 겪은 사람이
다른 쪽 뇌로 기능을 조금씩 옮겨 가는 모습을 보았고,
오랫동안 손마디조차 움직이기 힘들던 사람이
재활 훈련 끝에 다시 걸음을 떼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평생 화를 참지 못하던 사람이
수년간의 수련 끝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기록했습니다.
그 모든 증거들이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뇌는 살아 있는 동안,
계속해서 스스로를 다시 설계한다.”
완전히 새로운 뇌로 갈아끼우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아주 조금씩
선로를 바꾸고, 우회를 만들고,
막힌 길 옆에 작은 샛길을 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뇌를 어려운 기관이 아니라
하나의 숲으로 상상해 보면 이해가 더 쉬워집니다.
숲 속에는 수많은 길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주 걷는 길은
자연스럽게 넓어지고, 흙이 단단해지고,
비가 와도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거의 아무도 밟지 않는 길은
금세 풀이 무성해지고,
나뭇가지가 엉켜 길이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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