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오늘도 마음이 조용하지 않으셨을지 모릅니다.
괜찮으십니다. 겨울은 원래, 소리를 줄여 놓고도 감정을 크게 들리게 하는 계절이니까요.
특히 12월 19일쯤 되면, 달력이 얇아질수록 마음은 더 두꺼워집니다. 지나온 날들이 포개져, 가슴이 자꾸 묵직해지거든요.
혹시 오늘, 이런 순간이 있으셨나요.
문득 웃다가 멈추는 순간.
따뜻한 것을 마시는데도 속이 시린 순간.
누군가에게 “괜찮다”고 말해놓고, 돌아서서 입술이 떨리는 순간.
그런 순간이 있었다면… 그건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는 마음은 원래, 눈에 띄지 않게 흔들립니다.
상실을 겪은 분들은 특히 그렇습니다.
세상은 계속 앞으로 가는데, 마음 한켠은 늘 뒤쪽에 남아 있지요.
어떤 이름 하나가 그 자리에 앉아 있고,
어떤 목소리 하나가 그 자리에 남아 있고,
어떤 약속 하나가 그 자리에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요.
그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은 “부재”이지만, 동시에 “사랑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깊게 비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픈 겁니다. 깊게 사랑하셨기 때문에요.
오늘은, 이겨내려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12월의 위로는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하루를 아주 작게 쪼개어 살아가시면 됩니다.
지금 숨 한 번.
물 한 모금.
이불을 조금 더 끌어올리는 일.
창밖을 한 번 보는 일.
그리고 “오늘 여기까지”라고 속으로 말해주는 일.
그게 충분합니다. 정말로요.
어떤 날은 ‘잘 산다’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일을 해내신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이 허락한다면, 아주 조용히 이런 생각을 해보셔도 좋습니다.
떠난 분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당신의 하루 속에 다른 방식으로 살고 계신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당신이 어떤 컵을 볼 때, 어떤 길을 지날 때, 어떤 노래를 들을 때
그분이 “그때처럼” 잠깐 나타나는 것이겠지요.
그때 눈물이 나면, 그대로 두셔도 됩니다.
그 눈물은 당신을 무너뜨리러 오는 게 아니라,
당신의 마음이 사랑을 정리하지 않고 품는 법을 배우는 과정일 수 있으니까요.
오늘 밤은, 조금만 따뜻하게 주무시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다 괜찮아져서가 아니라,
당신의 내일이 오기 위해서요.
내일의 당신이 오늘의 당신을 다정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요.
“당신이 아직 아프신 것은, 그만큼 깊이 사랑하셨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