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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송이

2025년 12월 23일

by 토사님

12월 23일은
말이 줄어들수록 형태가 더 또렷해지는 날입니다.
꾸밈을 걷어낸 자리에서
오히려 완전해지는 존재,
카라 백합의 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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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의 꽃 — 카라 백합 (Calla Lily) · 침묵의 품격

오늘은 덜 말함으로써 더 깊어지는 날입니다.
화려함을 택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오래 바라보게 되는 아름다움이
조용히 중심에 서는 날입니다.


12월 23일에 태어난 당신께

카라 백합은
꽃잎이 많지 않습니다.
겹을 쌓지도, 향을 과시하지도 않지요.

단 하나의 곡선,
단 하나의 색,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흔들림 없는 태도.

당신도 그렇습니다.

많이 설명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신뢰를 주고,
앞서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중심이 되는 사람.

당신의 침묵은 공백이 아니라
정제된 언어이며,
당신의 단순함은 부족함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입니다.

오늘은 그 절제된 품격이 태어난 날입니다.
비워냄으로 완성된 삶의 날.


카라 백합 (Calla Lily)

카라 백합은
고대부터
순수와 존엄, 헌신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꽃말은
“순결, 고귀함, 숭고한 아름다움.”

깔때기처럼 말린 꽃의 형태는
무언의 포용을 닮았고,
중앙의 선은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닮았습니다.

카라 백합은 말합니다.

“나는 많이 보여주지 않기에,
오래 남는다.”


✦ 시 — 〈한 줄의 곡선〉

불필요한 것은
모두 내려놓은 자리에서
한 송이 꽃이
자기 선을 세우고 있었다

말은 없었고
장식도 없었지만
그 곡선 하나로
공기는 이미 충분했다

아름다움이란
더하는 일이 아니라
끝까지 지켜낸 선이라는 것을

카라 백합 앞에서
나는 배웠다


✦ 한 줄 주문

들숨에 비움을, 멈춤에 중심을, 날숨에 고요한 품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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