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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날의 빛을 기록하다.

1922년 12월 23일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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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가장 낮은 자리에서 한국을 품은 사람 — 김수환〉

1922년 12월 23일 출생 · 2009년 2월 16일 선종


1) 인류에 남긴 의미와 업적 — 약자의 편에 서는 용기

김수환 추기경은
말의 힘보다 사람의 편이 되는 일을 먼저 선택한 인물이었다.

군사독재의 어두운 시절,
그는 권력의 언어로 말하지 않았다.
대신 억눌린 이들의 이름을 불렀고,
침묵 속에서 울고 있던 사람들 곁에 섰다.

그의 업적은 법이나 제도가 아니라
**“사람은 사람답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가장 단순하고 가장 어려운 진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태도에 있다.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는 양심이었고,
종교가 없는 이들에게도
그는 믿을 수 있는 어른이었다.


2) 그를 사랑하는 짧은 시 — 〈낮은 불빛〉

당신은
앞에 서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사람들 옆,
조금 뒤에서
불을 켜두었습니다.


3) 아름다운 고통과 함께한 그의 일생

1922년의 겨울,
한반도는 아직 어두웠고
그는 그 어둠 속에서 태어났다.
태어나는 것만으로도
견뎌야 할 시대였다.

그는 높아지기보다
낮아지는 법을 배웠다.
말을 앞세우기보다
사람의 얼굴을 먼저 보았다.
교회의 종소리가 울릴 때에도
그는 늘 바깥을 살폈다.
종소리가 닿지 않는 곳에
누가 서 있는지를.

위험한 시대에
그는 안전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분노의 언어도 선택하지 않았다.
그가 택한 것은
끝까지 인간을 포기하지 않는 침착함이었다.

노년에 이르러
그는 더 조용해졌다.
이미 충분히 말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기억하기보다
그가 어떤 편에 서 있었는지를 기억한다.

12월 23일은
한 위인의 생일이기보다
이 땅에
어른이 존재했다는 증거처럼
조용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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