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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아 맑은 날들 365

2025년 12월 24일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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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4일 — 총성이 멈춘 밤


오늘의 역사

1914년 12월 24일 — 크리스마스 휴전

전쟁 한가운데서
병사들은 총을 내려놓았습니다.
적군과 아군의 경계가
하룻밤 동안 사라졌고,
노래와 인사가 참호를 넘었습니다.

이날은 증명합니다.
증오가 구조라면,
평화는 선택이라는 것을.
가장 잔혹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은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의 에피소드

퇴근길 버스 안,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이
동시에 자리를 양보하려다
잠시 멈췄습니다.

짧은 웃음,
“먼저 앉으세요”라는 말.
그 몇 초의 망설임 속에서
하루의 피로가
조금 물러났습니다.

아무 일도 아닌 듯 보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에게
작은 휴전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기도

오늘,
멈추는 용기를
제 마음에 허락해 주소서.

잠시
숨을 쉽니다.

늘 이겨야 한다고
앞서가야 한다고
채찍질하던 생각들을
오늘만큼은
조용히 쉬게 하소서.

가라앉은 마음은
분노의 소음을 가라앉히고,
맑아진 마음은
사람의 얼굴을
적이 아닌
이웃으로 보게 하소서.

말이 날카로워지려는 순간,
판단이 앞서 달려가려는 순간,
한 박자 멈추어
손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하소서.

나는 알고 있습니다.
평화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작은 멈춤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오늘의 침묵 하나,
양보 하나,
따뜻한 시선 하나가
내일을 바꿀 수 있음을.

이 하루의 끝에서
나는
싸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금 더 가벼워지고 싶습니다.
맞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가라앉아
날 선 감정이 쉬고,
맑아져
선의가 다시 보이도록,
오늘을
작은 휴전의 밤으로
마무리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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