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드문 조합에 대하여-
(품위, 깔끔, 단정, 그리고 여유)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사람을 빠르게 분류하게 된다.
말이 많은 사람, 일은 잘하지만 예민한 사람,
분위기는 좋지만 책임은 가벼운 사람.
이 분류는 편리하다. 이해하기 쉽고, 대응하기도 수월하다.
그런데 가끔, 분류가 잘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말수가 적은데 존재감이 있고,
앞에 나서지 않는데도 무게가 느껴지고,
긴장해야 할 순간에도 태도가 흐트러지지 않는 사람.
이 조합이 조직에서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대부분의 조직에는 깔끔함과 단정함은 많다.
규정을 잘 지키고, 옷차림과 말투가 무난한 사람들.
하지만 그 위에 여유가 얹히는 순간부터
숫자는 급격히 줄어든다.
여유는 단순히 느긋함이 아니다.
조급하지 않음, 필요 이상의 설명을 하지 않음,
타인의 반응에 과하게 흔들리지 않는 상태.
이건 실력보다 심리적 안정에 가깝다.
문제는, 조직이 이 안정 상태를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교는 늘 옆에 있고,
평가는 항상 열려 있으며,
누군가는 더 잘 보이기 위해 소리를 높인다.
그 안에서 여유를 유지한다는 건,
욕심을 버린다는 뜻이 아니라
기준을 스스로 정했다는 뜻에 가깝다.
품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품위는 드러낼수록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과장하지 않고, 상대를 깎아내리지 않고,
불필요한 감정 소비를 하지 않는 태도는
즉각적인 보상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품위 대신 효율을,
여유 대신 속도를 택한다.
그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결과,
품위·깔끔·단정·여유가 동시에 유지되는 사람은
조직에서 점점 보기 어려워진다.
이 네 가지가 함께 있을 때,
사람들은 묘한 반응을 보인다.
시선이 잠시 머무르고,
말을 한 번 더 곱씹고,
“이 사람은 어떤 타입이지?” 하고 생각한다.
호감도 아니고 경계도 아니다.
그저 기존의 프레임으로 설명되지 않는 상태.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낯섦은 종종 신뢰로 바뀐다.
요란하지 않지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고,
빠르게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어느 상황에서도
태도의 밀도가 무너지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