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스템이 주는 우아함
기간이 정해져있는 공무원으로 오랜 기간 일하면서도 지금껏 나는 한 번도 공무원이라는 정착지를 꿈꿔본 적이 없다.
언제나 나만의 커리어를 쌓아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최근 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가의 중추를 다루는 권위있는 기관, 웅장한 건물, 그리고 그 안에서 누리는 정중한 대우.
어느덧 나는 이 시스템이 제공하는 '고상함'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더 좋은 기회와 수준 높은 관계망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초연했던 나의 마음은 조금씩 흔들렸다.
“이런 환경이라면, 나도 이곳에 계속 머물어야 할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2. 내가 동경한 것은 그들의 태도.
이 흔들림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내가 정말 이곳의 일원이 되고 싶은 걸까? 아니었다.
내가 자극받은 것은 그들이 보여주는 '태도'였다.
일정 수준 이상의 사람들을 마주하며 느낀 기분 좋은 충격.
사람에 대한 기본적 예의를 지키고, 선을 넘지 않으며, 생각의 깊이가 느껴지는 배려.
무례함이 당연하지 않는, 예의가 상식이 되는 그 '수준 높은 공기'가 나를 자극한 것이다.
이만큼 배려심 있고 수준 높은 집단이 또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일부가 되고 싶었다.
무례함을 못참는 나인데, 이 울타리 안에는 모두 세련된 방어막이 쳐져 있다.
하지만, 좋은 환경과 대우에 안주하는 게 내가 원하는 삶일까?
나는 멋지게 내 일을 개척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3. 동경의 이면
그들의 품격 뒤에는 조직의 위계, 경직된 의사결정, 그리고 개인의 창의성을 억눌러야 하는 보이지 않는 한계가 있다.
계급과 시스템이 주는 매너와 의전이라는 포장지가 덮여있을 뿐이었다.
평생 안정적인 삶의 수준이 보장되어 있겠지만,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를 추구하는 나에게 이 곳이 계속해서 만족스러운 곳일까?
3. 부품이 아니라 엔진이 되려 한다.
나는 이 조직을 통해 정책 수립의 매커니즘, 예산의 흐름, 행정 기관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를 배웠다.
행정기관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행정적 감각‘을 축적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조직에서 평생 업무를 이동하고 승진을 기대하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동력 삼아 성장하기보다는 ‘일'과 '실력'으로 증명할 때 가장 편안한 사람이다.
관리자 성향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
4. 다시, 내 방식대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내가 얻은 깨달음은 명확하다.
내가 동경했던 그 고상한 세계는 반드시 공무원이 되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세계의 안팎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들이 갖춘 예의와 배려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있었다.
바로 나 스스로가 실력을 갖춘 독립적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향을 세운 것은 그 때문이다.
조직의 명함이 주는 일시적인 우아함이 아니라, 내 이름 석 자가 주는 영구적인 품격을 갖고 싶다.
행정의 메커니즘을 꿰뚫고 있으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전문가.
이제 이 고상한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해서 배울 것인지를 생각할 단계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의 태도를 배우고, 행정의 생리를 수집하며, 나의 실력을 갈고닦을 것이다.
나의 종착지는 이 기관이 아니라, 이 기관이 정중하게 지식 자문을 구하기 위해 찾는 나의 독립된 영토다.
이제 흔들림은 멈췄다. 나는 다시 나만의 길로 돌아가, 실천을 시작하려고 한다.
조직 내의 사소한 감정싸움이나 대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아주 차갑고 예리하게 나만의 길을 가는 중이다.
나는 길을 돌아가는 게 아니라,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가장 단단한 베이스캠프를 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