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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희 Feb 11. 2023

겨울 단상

몇 번의 눈으로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거실 창밖 소나무만이 초록빛을 간직하고 은행과 벚나무들은 가지만 앙상하다.


실내 온도를 25.5도에서 23도로 낮추었는데 불면증이 사라졌다.

 시작은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실내 습도도 덜 건조해지고 생각지도 않았던 불면증도 물러갔으니 전화위복이다 ㅎㅎ.

다만 집안에서 경량패딩과 양말을 이용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생각해 보니 따뜻한 겨울을 맞이한 건 아파트, 빌라라는 집합건물에 살면서부터다.

결혼 전 단독주택에 살 때는 단열이 잘 된 집이라 해도 추웠다. 위아래 양 옆에서 서로를 에워싸고 있는 아파트만큼 열효율이 좋은 구조는 없다.


고립되어 홀로 버티는 삶이 이웃, 친지와 함께 하는 삶과 비교해 신산한(생활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처럼 모여 사는 아파트는 나름 대세를 이루는 이유가 있다.


어릴 때 학교에서는 교실 중앙에 난로를 놓고 나무와 조개탄을 태워 난방을 했다. 당번숙직실에 가서  양동이에 조개탄등을 받아오면 담임 선생님이 불을 피우고 아이들의 도시락을 난로 위에 쌓아 데워주셨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밥이 살짝 타고 반찬으로 도시락 속에 함께 넣은 김치가 익는 냄새가 나곤 했다.


난로 가까이에 앉은 아이들은 볼이 벌게진 정도로 더워했지만 키가 커서 교실 뒷문 바로 옆에 앉은 나는 항상 문틈으로 들어오는 찬 바람에 손발이 얼어 있었다. 집도 학교도 추웠다. 그렇게 겨울은 내게 결코 낭만적이지 않았다.


지금은 거리를 걷다가도 버스 정류장 난방 벤치에 잠시 앉아 몸을 녹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실내 여름옷 생활이나 버스 정류장 난방 벤치가 '추억으로 가는 당신'이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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