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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패권의 균열과 디지털 대안의 부상

by Simply Expla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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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경제와 시장을 보는 창으로 비유하는 것이 있다. 창문이 깨끗하면 밖이 선명하게 보이지만, 먼지가 쌓이거나 금이 가면 시야는 흐려진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현실은 바로 그런 '금 간 창문'과도 같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35조 7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더 심각한 것은 부채 이자 비용이 2024년 처음으로 국방 예산을 초과했다는 사실이다. 한 나라의 빚을 갚는 데 드는 돈이 국가 안보 지출보다 많아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110년 만에 'Aaa'에서 'Aa1'으로 강등한 것은 예견된 결과였다. 단순한 등급 조정이 아니라 세계 기축통화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신뢰 이전(Trust Migration)' 현상이다. 중앙화된 권력과 제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분산된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다.

그 중심에 비트코인이 있다. 비트코인은 2025년 5월 10만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으며, 전문가들은 올해 최대 20만 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투기적 움직임이 아니다. 비트코인의 정체성 자체가 위험자산에서 헤지자산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무제한 발행이 가능한 달러와 달리 비트코인의 공급량은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다. 미국이 부채를 늘리기 위해 달러를 찍어내는 상황에서, 희소성이 보장된 자산의 매력도는 더욱 부각된다.


흥미롭게도 전통 금융기관들도 이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JP모건, 뱅크 오브 아메리카 같은 대형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진출하면서 암호화폐 생태계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의 전략은 명확하다. 암호화폐를 무시하면 새로운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이 있고, 무작정 수용하면 기존 비즈니스가 위협받는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선별적 참여'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에 연동되어 기존 체제를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디지털 혁신에 동참할 수 있는 절묘한 해법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움직임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기능을 담당하면서,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중앙집권적 신뢰에서 다원화된 신뢰로의 전환이다. 하나의 강력한 중심에 모든 것을 의존하던 시대에서, 여러 대안들이 상호 보완하는 새로운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의 부채 위기는 아무리 강력한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구조적 모순을 방치하면 한계에 부딪힌다는 교훈을 준다. 그리고 시장은 그 한계가 드러날 때 스스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 나선다.

2025년에는 5개 국가가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가 차원에서도 신뢰의 분산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가격이 아니라 방향성이다. 신뢰가 한 곳에 집중되던 시대에서, 신뢰가 다원화되는 시대로 넘어가는 역사적 전환점에 우리가 서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기존 시스템의 자기 치유력을 믿고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탐구할 것인가. 중요한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되, 맹목적 추종도 경계하며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역사는 항상 변곡점에서 준비된 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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