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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경고등이 켜진 글로벌 경제

by Simply Explained
제목 없음.png 독일 실업자 수 증가세 / 일본 국채 수요 약세 / 뉴질렌드 경제 회복 위한 금리 인하
제목 없음.png 호주 인플레이션 억제 위해 금리인하 가능성 / 미국 내구재 수요 급감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경제면 첫 페이지를 장식한 뉴스들이 눈길을 끈다. 독일의 실업자 수 증가세, 일본 국채 수요 약세, 뉴질랜드와 호주의 경제 회복을 위한 금리 인하, 미국 내구재 수요 급감 등이다. 각각은 개별 국가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들이지만, 이런 신호들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독일은 유럽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국가다. 그런데 최근 실업률 증가세가 감지되고 있다. 2024년 4분기 독일의 GDP는 전분기 대비 0.2% 감소를 기록했다. 독일 경제의 둔화는 단순히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전체의 경제 동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본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국채 수요 약세는 투자자들이 일본 경제의 미래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는 신호다. 일본은 오랫동안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헤매고 있었는데, 이제 그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평양 건너편에서는 뉴질랜드와 호주가 잇따라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정책 완화는 경제 성장 동력이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자원 부국인 호주마저 인플레이션 억제를 명분으로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함을 보여준다.



가장 주목할 만한 신호는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내구재 수요 급감은 제조업 경기의 바로미터다. 자동차, 가전제품, 컴퓨터 등 3년 이상 사용 가능한 제품에 대한 주문이 줄어든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제조업의 위축은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파급효과를 미친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제조업체들이 미국 시장 둔화의 직격탄을 맞게 되고, 이는 다시 원자재 수요 감소로 이어져 자원 수출국들까지 타격을 준다.



이처럼 주요국의 경제 지표가 동시에 악화되는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글로벌 경제가 구조적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는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이 새로운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경제 둔화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한 지역의 위기가 시차를 두고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주요국의 경제 지표가 거의 동시에 악화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의 상호 연결성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이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통화정책 완화, 재정 지출 확대 등 전통적인 정책 수단들이 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처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현재의 경제 위기는 단순히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 구조 변화, 기술 혁신의 가속화, 지정학적 재편 등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정책 틀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역사를 돌아보면, 큰 위기는 항상 새로운 기회를 동반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케인스주의 경제정책이 등장했고,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신자유주의가 대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양적완화라는 새로운 통화정책 수단이 보편화되었다.


지금의 경제 위기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붉은 경고등이 켜진 글로벌 경제 신호판 앞에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과거의 틀에 안주하며 임시방편적 처방에만 의존할 것인가, 아니면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것인가.


경제사를 보면,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의 위기가 또 다른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붉은 등이 켜진 신호판이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신호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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