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C90, 전기차 전환기 속 조용한 반란… 8천만 원대 프리미엄 SUV의
7월, 수입 대형 SUV 시장에서 낯익은 이름이 다시 주목받았다. 볼보 XC90. 과거 ‘이효리의 차’로 입소문을 탔던 모델이 이번엔 유명세가 아닌 실질적 경쟁력으로 시장을 흔들었다. 단 한 달 만에 85.9%라는 판매 상승률을 기록한 것.
무엇이 이 조용한 반등을 만들었을까? 우선 가격이다. 독일 프리미엄 SUV들이 1억 원을 훌쩍 넘기는 반면, XC90은 8,820만 원부터 시작된다. 단순히 저렴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중에서도 ‘한국만의 최저가’가 실현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하지만 가격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이번 XC90은 부분변경을 거치며 내실을 다졌다. 11.2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 한층 강화된 정숙성, 그리고 부드러운 에어 서스펜션까지. 고급 SUV로서 기본기를 제대로 다듬은 모습이다.
가장 믿음을 주는 부분은 ‘안전’이다. 볼보가 자랑하는 충돌 방지 시스템과 사각지대 경고, 긴급 제동 기능은 여전히 충실하다. 실제로 과거 국내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서 XC90 탑승자 전원이 경상을 입은 사례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전동화 흐름 속에서도 XC90은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T8은 7월 수입차 PHEV 판매량 2위에 올랐다. 전기차로 넘어가기 전, 합리적인 ‘중간 지대’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순수 전기차 EX90과의 병행 판매 전략 역시 흥미롭다. 볼보는 XC90을 전환기 시장에서 중요한 ‘가교 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내연기관과 전기차 사이, 균형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해답을 주고 있는 셈이다.
결국 XC90은 더 이상 ‘이효리의 차’라는 상징에 기대지 않는다. 상품성과 가격, 그리고 브랜드 철학이 만들어낸 설득력 있는 결과다. 보여주기보단 신뢰와 실용을 택하는 이들에게, 지금 가장 현실적인 SUV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