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현대자동차의 SUV 시장 판도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뒤집혔다. 덩치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이 확산되며, 가장 작았던 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코나 EV [사진 = 현대 자동차]
8월 현대차 내부 판매 집계(2025년 1~6월 기준)에 따르면, SUV 전체 라인업 중 ‘코나’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모델 포함 총 13만 8천여 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동기간 대형 SUV 팰리세이드보다도 약 4만 대 가까이 많은 수치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코나 구매층의 변화다. 현대차 IR 자료에 따르면, 구매자의 약 31%가 2030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SUV 시장 소비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소형이면서도 공간 활용성이 높은 설계와,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의 고효율 파워트레인이 이들의 선택을 이끌어냈다.
대형에서 중형, 그리고 다시 소형으로
SUV 시장의 무게 중심이 ‘큰 차’에서 ‘합리적인 차’로 이동한 배경엔 연료비, 도심 주차 문제, 그리고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있다. 코나 외에도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높은 투싼(9만 9천 대), HEV 중심의 싼타페(5만 3천 대) 역시 상위권에 포진했다.
팰리세이드(9만 6천 대)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새롭게 투입되며 변화를 꾀했지만, 전체적인 시장 흐름에서 다소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최하위권인 베뉴(4만 2천 대)는 가솔린 단일 모델로도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며 엔트리급 SUV로서 역할을 했다.
신형 싼타페·캐스퍼 EV, 새로운 변수로 부상
2024년부터 판매된 신형 싼타페(MX5)는 각진 디자인과 대형급 공간 활용성으로 중형 SUV 수요를 끌어모았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이 중심이 되어, 연비와 넓은 실내를 모두 원하는 실속형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소형 전기 SUV 캐스퍼 EV도 주목된다. 2025년 7월부터 2026년형 모델이 새롭게 출시되며 상품성을 개선했고, 코나 EV와의 비교 구도 속에서 가격과 정부 보조금 측면에서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다.
소비 흐름의 중심이 바뀌고 있다
SUV 시장에서의 경쟁은 단순히 크기나 출력의 싸움이 아니다. 효율성과 실용성, 그리고 감성까지 고려한 다면적 선택이 이루어지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코나의 1위는 이런 변화의 상징이자, 앞으로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브랜드나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내게 맞는 차’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국내 SUV 시장도 점점 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다양성과 유연성을 요구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