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이 쏘렌토를 넘은 날, 달라진 선택의 기준
2025년 7월, 국내 자동차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랫동안 중형 SUV 최강자로 군림해온 쏘렌토가 한 발 물러섰고, 그 자리를 카니발이 대신했다. 숫자로 보면 단 158대 차이지만, 그 이면에는 소비자 선택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조용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기아자동차가 발표한 7월 내수 실적에 따르면, 카니발은 7,211대가 팔리며 월간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쏘렌토는 7,053대로 근소한 2위에 머물렀다. 전월 대비로 보면 쏘렌토는 판매량이 줄고, 카니발은 상승했다. 단기 성적표로만 보면 교체 주기가 주는 효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흐름은 조금 더 복합적이다.
넓은 공간만으로는 부족했던 MPV, '하이브리드'로 확실해진 존재감
카니발은 한동안 ‘아이 셋 이상 가정’이나 ‘단체 이동용 차량’으로 인식됐다. SUV보다 커서 부담스럽고, 기동성에서도 밀린다는 이미지도 있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이 본격적으로 판매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복합연비 14km/L 내외의 효율은 물론, 슬라이딩 도어나 3열 승하차 편의성은 SUV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다.
게다가 전기차 전환의 과도기에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지는 시점이었다. 충전소를 찾는 번거로움, 긴 대기 시간, 여전히 높은 초기 가격은 전기차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이브리드는 이 틈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공급이 만든 공백…쏘렌토의 '숨 고르기'
쏘렌토의 판매 감소는 단순한 인기 하락과는 거리가 있다. 7월 중순 출시된 ‘더 2026 쏘렌토’를 준비하면서 생산이 조정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은 여전히 수 개월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로 수요가 탄탄하다.
이번 부분변경 모델은 상품성 개선에 집중했다. 조향 보조 기능 강화, 실내 조명 확대, 운전자 인식 기능 등 프리미엄 요소를 더하며 SUV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즉, 장기적인 완성도를 위해 단기적인 물량 조절을 선택한 셈이다.
패밀리카 시장, 기준이 달라졌다
이제 가족용 차량을 고르는 기준은 단순한 실내 공간이나 차량 크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유지비, 주행 환경, 그리고 다목적 활용성이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캠핑, 장거리 주말 이동, 대가족 동승 등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차량 선택의 전제조건이 된 것이다.
연비만 따지면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약간 앞서지만, 좌석 배치나 승하차 편의성에서는 카니발이 확실히 우세하다. 운전 재미와 도심 활용성은 여전히 쏘렌토의 영역이다. 소비자의 상황과 취향에 따라 명확히 갈리는 구도다.
SUV 천하에 균열을 낸 7월, 그 여진은 이어진다
국내 시장에서 SUV는 오랜 기간 ‘전천후 차량’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카니발의 역전극은, 거대한 SUV 일변도 흐름에 처음으로 뚜렷한 균열을 만들었다. 특히 하이브리드라는 무기를 장착한 MPV는 더 이상 틈새 시장이 아니다.
앞으로의 경쟁은 간단하지 않다. 카니발은 여전히 출고 대기 기간이 7~8개월로 길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 효과가 아닌, 수요의 질적 확장을 의미한다. 반면 쏘렌토는 상품성 강화로 재도약의 기반을 닦았다. 올 하반기, 중형 SUV와 MPV 간의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장기전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