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6 N, 출력·주행거리·감성 삼박자 갖춘 고성능 EV의 반격
가솔린 냄새가 가득했던 전통의 서킷에, 묵직한 전기음과 함께 낯선 침묵이 흘렀다. 지난 7월 10일, 영국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등장한 현대차 아이오닉 6 N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650마력에 달하는 출력을 품고도 470km에 육박하는 주행거리를 자랑하며, 유럽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보통 전기차는 ‘빠르지만 멀리 가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이오닉 6 N은 이 오래된 공식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제로백 3.2초의 폭발적인 가속 성능에도 불구하고, WLTP 기준 469km를 주행할 수 있는 효율성을 동시에 구현한 것이다.
단순히 빠르기만 한 차였다면 이토록 많은 관심을 끌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차의 진짜 매력은 ‘운전의 감각’을 되살렸다는 데 있다. ‘N e-시프트’는 변속 충격을, ‘N 사운드 플러스’는 엔진음을 모사해 전기차 특유의 밋밋함을 거부한다. 페달을 밟는 순간, 전통적인 스포츠카의 감성이 손끝과 귀를 자극한다.
공기 저항까지 계산한 주행거리 전략
눈에 띄지 않지만, 기술적으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외관이다. 스트림라이너 디자인을 적용한 아이오닉 6 N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날렵한 인상을 유지했다. 그 덕분에 기존의 아이오닉 5 N보다 약 50km 더 긴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배터리 용량은 동일하지만, 디자인이 만든 차이다.
배터리 관리 전략도 영리하다. 주행 환경에 맞춰 셀 온도를 조절하는 ‘배터리 프리컨디셔닝’은 일상에서는 에너지를 아끼고, 트랙에서는 출력을 극대화한다. 여기에 800V 초급속 충전 시스템과 SiC 인버터 기술까지 더해져, 18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긴 주행은 물론, 충전 시간도 짧다.
기술 이상의 감성, 전기차의 경계를 허물다
굿우드 현장에서 전 세계 기자들이 놀란 건 수치만이 아니었다. 트랙을 빠르게 주행한 후에도 여유로운 배터리 잔량, 그리고 피트라인에서 서로 계기판을 확인하며 웃음을 나눈 장면은, 전기차가 드라이빙의 ‘감성’을 어디까지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몇몇 외신은 아이오닉 6 N을 두고 “모델 3 퍼포먼스의 진짜 라이벌”이라고 평가했다. 출력이나 제로백 같은 숫자 경쟁이 아니라, 감성과 효율, 실사용성까지 겸비한 완성도로 바라본 것이다. 전기차의 미래가 더 이상 ‘조용한 도심용 기계’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빠름과 멀리감, 감성까지 모두 갖춘 아이오닉 6 N. 한국 전기차 기술이 전통 강호들 사이에서 ‘성능’이라는 공통 언어로 주목받기 시작한 지금, 이 차는 분명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고성능 전기차 시장의 기준선이 이 차를 기점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