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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 뛰어넘은 조용한 전기 폭주기관차

아이오닉 6 N, 출력·주행거리·감성 삼박자 갖춘 고성능 EV의 반격

by Gun

가솔린 냄새가 가득했던 전통의 서킷에, 묵직한 전기음과 함께 낯선 침묵이 흘렀다. 지난 7월 10일, 영국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등장한 현대차 아이오닉 6 N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650마력에 달하는 출력을 품고도 470km에 육박하는 주행거리를 자랑하며, 유럽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12225_18310_4721.png 7월 10일(현지 시각), 영국 웨스트서식스에서 열린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메인 브리지 앞에 전시된 아이오닉 6 N과 드리프트 스펙 모델. [사진 = 현대자동차]


보통 전기차는 ‘빠르지만 멀리 가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이오닉 6 N은 이 오래된 공식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제로백 3.2초의 폭발적인 가속 성능에도 불구하고, WLTP 기준 469km를 주행할 수 있는 효율성을 동시에 구현한 것이다.


단순히 빠르기만 한 차였다면 이토록 많은 관심을 끌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차의 진짜 매력은 ‘운전의 감각’을 되살렸다는 데 있다. ‘N e-시프트’는 변속 충격을, ‘N 사운드 플러스’는 엔진음을 모사해 전기차 특유의 밋밋함을 거부한다. 페달을 밟는 순간, 전통적인 스포츠카의 감성이 손끝과 귀를 자극한다.

12225_18311_4722.png 같은 날, 행사장 내 N 브랜드 전용 부스에서 진행된 아이오닉 6 N 미디어 발표를 지켜보는 관람객들. [사진 = 현대자동차]


공기 저항까지 계산한 주행거리 전략


눈에 띄지 않지만, 기술적으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외관이다. 스트림라이너 디자인을 적용한 아이오닉 6 N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날렵한 인상을 유지했다. 그 덕분에 기존의 아이오닉 5 N보다 약 50km 더 긴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배터리 용량은 동일하지만, 디자인이 만든 차이다.


배터리 관리 전략도 영리하다. 주행 환경에 맞춰 셀 온도를 조절하는 ‘배터리 프리컨디셔닝’은 일상에서는 에너지를 아끼고, 트랙에서는 출력을 극대화한다. 여기에 800V 초급속 충전 시스템과 SiC 인버터 기술까지 더해져, 18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긴 주행은 물론, 충전 시간도 짧다.

12225_18312_4723.png 아이오닉 6 N [사진 = 현대자동차]


기술 이상의 감성, 전기차의 경계를 허물다


굿우드 현장에서 전 세계 기자들이 놀란 건 수치만이 아니었다. 트랙을 빠르게 주행한 후에도 여유로운 배터리 잔량, 그리고 피트라인에서 서로 계기판을 확인하며 웃음을 나눈 장면은, 전기차가 드라이빙의 ‘감성’을 어디까지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몇몇 외신은 아이오닉 6 N을 두고 “모델 3 퍼포먼스의 진짜 라이벌”이라고 평가했다. 출력이나 제로백 같은 숫자 경쟁이 아니라, 감성과 효율, 실사용성까지 겸비한 완성도로 바라본 것이다. 전기차의 미래가 더 이상 ‘조용한 도심용 기계’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빠름과 멀리감, 감성까지 모두 갖춘 아이오닉 6 N. 한국 전기차 기술이 전통 강호들 사이에서 ‘성능’이라는 공통 언어로 주목받기 시작한 지금, 이 차는 분명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고성능 전기차 시장의 기준선이 이 차를 기점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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