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장난 같지만 진짜 파는 차? 1+1 의외의 혁신 듀카토

앞뒤가 붙은 특이한 밴, 스텔란티스가 보여준 캠핑카 물류 혁신 전략

by Gun

유럽 최대 캠핑 전시회인 ‘카라반 살롱 2025’가 8월 말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개막했다. 수많은 모터홈과 캠핑 트레일러가 전시됐지만,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스텔란티스의 신형 밴이었다. 앞뒤가 모두 운전석처럼 보이는 ‘듀카토 백투백’은 장난감 같은 외형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캠핑카 산업의 숙제를 풀려는 전략이 숨어 있었다.

1.png 듀카토 백투백 [사진 = 스텔란티스]

듀카토는 이미 유럽 RV 시장의 절대 강자다. 독일 등록 모터홈의 40% 이상이 듀카토 기반일 만큼 빌더와 소비자 모두에게 선택받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작용 섀시 캡은 스스로 도로를 달릴 수 없다. 지금까지는 대형 트럭에 실어 나르는 방식이 유일했는데, 물류비와 시간 부담이 크다는 점이 늘 문제로 지적됐다.


스텔란티스는 이번에 ‘백투백’이라는 발상을 꺼냈다. 두 대의 듀카토 섀시를 앞뒤로 연결하고, 한쪽만 구동하는 방식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변속기를 중립에 둔 반대쪽은 마치 트레일러처럼 끌려간다. 결국 대형 트럭이 필요 없어지고, 1+1처럼 두 대를 한 번에 옮길 수 있다.

2.png 듀카토 백투백 [사진 = 스텔란티스]

이 방식의 효과는 단순하다. 물류 비용이 줄고, 운송 속도가 빨라진다. 동시에 제작 현장에서 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흰색과 은색, 서로 다른 사양의 듀카토가 한 몸처럼 묶여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런 조합은 맞춤형 제작을 주문하는 빌더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현장에 도착하면 두 섀시는 곧바로 분리돼 AL-KO의 전용 저상 섀시에 장착된다. 최대 4.4톤의 총중량을 견딜 수 있고 바닥이 평평해 무거운 가구와 장비를 배치하기 좋다. 인테리어 설계의 자유도가 넓어지면서, 제작자들은 고객 요구에 맞춰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다.

3.png 듀카토 백투백 [사진 = 스텔란티스]

이번 전시에서는 캠핑카 물류만이 아니라 새로운 여행 방식도 함께 제안됐다. 스텔란티스는 시트로엥 아미 버기, 피아트 토폴리노 같은 초소형 전기차를 함께 전시했다. 대형 모터홈을 주차해두고, 도심이나 좁은 골목길은 소형 전기차로 이동하라는 것이다. 대형과 소형 모빌리티를 조합한 새로운 캠핑 생태계를 보여준 셈이다.


가격대도 공개됐다. 유럽 일부 딜러 기준으로 2025년형 듀카토 캠퍼 완성 모델은 약 9만9,900유로, 우리 돈으로 약 1억 4천만 원부터 시작한다. 세금이나 옵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프리미엄 캠핑카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 있는 수준이다.

4.png 듀카토 백투백 [사진 = 스텔란티스]

겉으로만 보면 “도로에서 두 대가 동시에 달리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부르지만, 실제로는 공급망을 정밀하게 다듬은 결과물이다. 물류 효율성과 제작 유연성을 동시에 잡으려는 스텔란티스의 의도는 업계에 적지 않은 울림을 주고 있다.

6.png 듀카토 백투백 [사진 = 스텔란티스]

아직 한국이나 아시아 시장 도입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사례는 캠핑카 산업이 단순한 차량 판매를 넘어 제작과 운송, 여행 방식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듀카토 백투백은 그 변화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출력 반토막이라더니 평점 95점? 타스만 잡은 전기픽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