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SUV 1위의 화려한 성적 뒤엔 소비자 선택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었
9월 자동차 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팰리세이드였습니다. 대형 SUV 부문에서만 4천 대 이상 팔리며 점유율 49.9%를 기록했죠. 절반을 차지한 ‘절대 1위’였지만, 정작 소비자들 사이에선 그만큼의 화제가 따라붙지 않았습니다. 인기차 순위 상위권에서도 이름이 빠졌습니다. 숫자와 체감이 엇갈리는 묘한 장면이었습니다.
국내 소비 흐름이 이미 중형 SUV 중심으로 굳어진 탓입니다. 쏘렌토나 스포티지 같은 모델이 일상 주행과 경제성, 공간 활용 모두에서 균형 잡힌 선택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반면 팰리세이드처럼 크고 묵직한 대형 SUV는 도심 주차나 유지비 부담이 크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합니다.
내부 경쟁과 시장의 구조적 한계
흥미로운 건 경쟁 구도가 단순히 브랜드 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네시스 GV80이 같은 그룹 내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고급형 수요를 흡수했습니다. 결국 현대차는 스스로 만든 ‘그림자 경쟁자’와 시장을 나눠 가진 셈입니다. 겉으로는 압도적이지만, 실제 체감 점유율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대형 SUV 세그먼트 자체의 저변도 한계가 있습니다. 중형 SUV가 수요의 중심축이 된 상황에서, 팰리세이드가 1위를 차지해도 전체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8월보다 판매량이 20% 이상 줄어든 것도 이 흐름을 반영합니다. 소비자들이 더 합리적이고 다목적인 차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전기차가 불러온 새로운 변수
한편 같은 달 대형 전기 SUV 시장에서는 아이오닉 9이 1천 대 이상 팔리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보조 현상이 아니라, SUV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신호입니다. 내연기관 중심인 팰리세이드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셈이죠.
앞으로의 방향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전동화 전환을 서둘러 아이오닉 9과 함께 새로운 시대의 대형 SUV 라인업을 구축하는 길입니다. 다른 하나는 내연기관의 장점을 극대화해 ‘마지막 강자’로 남는 전략입니다. 어느 쪽을 택하든 중요한 건, 소비자의 생활 패턴에 맞는 실질적 가치입니다.
대형 SUV의 시대가 끝난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중심에서 팰리세이드는 이제 ‘규모의 왕’이 아니라 ‘방향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수치가 아닌 공감으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