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때문에 미국인들 차 쓸어담는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고율 수입 자동차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전역이 이례적인 자동차 ‘사재기’ 현상에 휩싸였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연상시키는 소비 행태가 벌어지며, 주요 딜러들은 인기 모델의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전문 매체 카스쿱스(Carscoops)는 4월 15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지난 3월 한 달간 미국에서 159만 대의 신차가 판매됐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4년 사이 가장 높은 월간 판매량으로,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수요와 관세 회피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가격 또한 심상치 않다.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미국 신차의 평균 거래 가격은 4만7,462달러에 달했다. 전월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특히 전기차는 평균 5만9,205달러로, 전월 대비 2천 달러 가까이 상승했다. 테슬라의 평균 거래가 역시 5만4,582달러로 4.5% 상승하며 가격 상승 흐름을 주도했다.
랜드로버는 평균 거래 가격이 10만7,129달러로 8.8% 급등했고, 링컨(6만8,281달러), 미쓰비시(3만1,692달러) 등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캐딜락·재규어·닷지 등 일부 브랜드는 오히려 가격이 2~5% 하락해 브랜드별 혼조세가 나타났다.
관세 앞둔 소비자들 ‘패닉 바잉’ 돌입
이번 ‘자동차 쇼핑 열풍’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한 25% 수입차 관세 시행 시점과 맞물려 있다. 관세는 4월 2일부터 완성차에 적용됐고, 부품에는 5월부터 단계적으로 부과될 예정이다. 제조사들은 아직 관세가 반영되지 않은 ‘구 재고’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 전에 구매를 마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에린 키팅 애널리스트는 “현 재고가 소진되면 관세가 반영된 신차들이 투입될 것”이라며 “이르면 올여름부터 차량 가격이 평균 10~15% 인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소비 현상이 아니라, 관세 정책이 실질적인 시장 가격에 얼마나 강력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미국 내 전기차와 고급차를 중심으로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일반 소비자들의 실구매 여력도 제한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예외 없다
이 관세정책은 미국 소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역시 글로벌 공급망과 미국 수출에 깊이 연계돼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북미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 현지 공장에서 사용되는 부품 중 상당수가 한국산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관세 시행 하루 전인 4월 1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자동차 전용 제철소를 설립하고, 향후 4년간 210억 달러(약 28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관세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관세 부담이 제조단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고스란히 최종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내에서 미국산 부품이나 현지 생산 차량을 수입하는 브랜드는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한미FTA 균열 가능성도 배제 못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첫 임기 중 논의되다 미뤄졌던 ‘상호 관세’ 구상의 실현으로 평가된다. 이는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계를 흔들 수 있는 조치로, 향후 양국 간 무역 협상에서도 중요한 논점이 될 전망이다.
앤더슨 이코노믹 그룹은 “멕시코·캐나다산 부품에 25%의 관세가 적용되면, 차량 1대당 가격이 4천~1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제조사뿐 아니라, 한국 내 고급차·수입차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수입차와 전기차의 가격이 동반 상승하게 되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수요 이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즉, 국산차 구매로의 전환 흐름이 생기거나, 차량 구매 자체를 미루는 소비자들도 증가할 수 있다.
요약 정리
관세 회피 위해 미국 소비자들 차량 대거 구매
3월 판매량 159만 대…팬데믹 이후 최고 기록
전기차·고급차 중심으로 평균가 급등세
재고 소진 이후 관세 반영되며 여름부터 가격 10~15% 인상 전망
현대차, 관세 직전 美에 28조 투자 발표
한국산 부품·완성차 가격 전가 가능성 높음
수입차·전기차 중심으로 국내 소비자 영향 불가피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정치적 파장도 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