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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이라더니… 표현부터 사라진 중국, 무슨 일이?

중국, 자율주행 표현 금지

by Gun

한때 미래 모빌리티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자율주행’이라는 단어가 중국에서 사라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차가 스스로 운전한다”는 문구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던 자동차 업계는, 이제는 그 말을 더 이상 쉽게 꺼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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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업정보화부(MIIT)는 지난 4월 중순, 자동차 업계에 ‘자율’ 또는 ‘자동’ 운전과 관련된 마케팅 표현을 전면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는 기술적 수준과 실제 기능 사이의 괴리를 막기 위한 조치로, 제조사는 L2 등급 이하의 보조 시스템임을 명확히 표기하고 운전자 주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이 급격한 변화의 배경에는 한 건의 비극적인 사고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3월 29일,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미가 출시한 SU7 차량이 ‘내비게이션 기반 자율주행(NOA)’ 모드로 주행하던 중 공사 구간에서 구조물을 들이받아 탑승자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시스템이 경고를 발했지만, 운전자의 개입만으로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은 자율주행 기술 전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11686_15881_5237.png 지난 3월 중국에서 샤오미 전기차와 관련된 사고가 발생해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진 = 웨이보 章博]


기술보다 먼저 달려간 ‘표현’의 위험성

SU7 사고 이후, 샤오미는 마케팅 자료에서 ‘자율주행’ 문구를 모두 삭제하고 기능명을 ‘Xiaomi Assisted Driving Pro’로 변경했다. XPeng, NIO, 리오토(Li Auto) 등 다른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 역시 ‘자율’이라는 단어를 마케팅에서 철저히 배제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쇼룸에서도 “자율주행 탑재”라는 문구 대신 “L2 보조 운전 시스템”이라는 설명이 붙고, “운전자의 주의가 필수”라는 경고 문구가 전면에 나온다. 기술 수준은 이전과 같지만, 이를 전달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중국 정부는 모든 보조 운전 시스템에 운전자 감시 기능을 의무화했으며, 운전자의 손이 60초 이상 핸들에서 떨어질 경우 자동 감속과 비상등 점멸, 차량 정지 등 위험 대응 절차가 가동되도록 강제하고 있다.

11686_15878_4852.png 자율 주행 용어가 사라진 샤오미 [사진 = carnewschina.com]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도 경고등

중국의 이런 변화는 자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테슬라의 ‘풀 셀프 드라이빙(FSD)’ 용어는 오해를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최근에는 ‘Supervised Full Self-Driving’이라는 표현으로 변경되며 표현의 수위를 낮췄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전반이 완전 자율주행에 대한 과도한 기대 대신, 기술의 실체를 정확히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이번에 정한 가이드라인은 결과적으로 자율주행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기술의 현실을 드러낸 조치이기도 하다.


일부 브랜드는 자율주행 기능 전용 보험상품인 ‘ADAS 보험’을 별도로 출시하며, 기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사고 시 피해를 줄이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이라는 단어가 기술의 발전보다 마케팅 언어로 앞서 사용되며 생긴 혼란을 바로잡기 위한 현실적인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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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대신 “보조 운전”… 다시 기본으로

중국의 이번 규제는 단순히 광고 문구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다. 소비자의 기대를 불필요하게 끌어올리고, 기술에 대한 오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언어의 정비’다. 업계는 기술의 성능뿐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있어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특히 자율주행이 아직까지도 인간의 직관과 판단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용어 선택 하나가 곧 안전을 가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게도 시사점을 남긴다. 현재 국내에서도 일부 브랜드는 ‘반자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시스템의 한계를 충분히 고지하지 않는 방식의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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