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과 북유럽 문화에 대하여
스카이데 축제와 요크목에서 총 2주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방문객이지만 로컬처럼 일하러 가기도 하고, 요리도 해먹고, 친구들과의 시간도 보내며 스웨덴 생활의 맛을 보았다. 스웨덴 문화를 엿볼 수 있었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재활용 문화였다.
마트 한쪽에 페트병과 캔을 투입할 수 있는 기계가 있고, 개수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올라간다. 그리고 돈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마트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바코드를 받는다. 기부를 선택하는 옵션도 있다.
어린이들에게 용돈을 줄 때 재활용 교육도 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지만, 비단 어린이들뿐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재활용을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기에 충분해보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스웨덴에 다녀오고난 뒤, 한국에서 빈 병 재활용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재활용 기계가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스웨덴과 덴마크(직접 본 적은 없지만 노르웨이와 독일 또한)에서는 팡트(pant)라고 마트에서 음료를 구매할 때 용기에 대한 보증금을 함께 지불하고 용기를 재활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가 있다. 처음에 덴마크에서 진열대에 쓰여있는 가격과 영수증에 적힌 음료 가격이 달라 의아해했는데 바로 팡트 제도 때문이었다.
재활용 문화 말고도 지미에게 들은 흥정 문화도 흥미로웠다. 나중에 핀란드 친구에게도 확인받은 이야기이지만 북유럽에는 흥정 문화가 없다. 정찰제이고 공개된 가격으로 거래가 오간다. 한국은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기도 하다. 마트나 백화점, 식당에 가면 정찰제이지만 시장이나, 중고거래 같은 개인 간의 거래에서는 에누리가 먹히기도 한다.
북유럽을 여행하기 전에 터키에 가족여행을 갔는데 터키 역시 흥정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바보가 되는, 흥정이 필수인 경우가 많았기에 흥정을 이상하게 여기는 것을 북유럽 사람들의 한 가지 특성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지미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흥정문화가 없다는 것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었다.
사미 아트 센터를 재단장하는 일에는 많은 건축 자재가 필요한데 이것들을 계약하면서 대량 계약이라는 점을 활용하여 공급업체와 흥정을 한 것이다. 지미 말로는 북유럽 사람들이 흥정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사업체 간의 큰 계약에서는 흥정이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한다.
이 글을 보고 오해하지는 마시길. 지미의 경우는 큰 돈이 오가는 거래였고 여행자로서 지출하는 작은 돈을 아끼려다가는 흥정하는 에어비앤비 게스트를 거절한 핀란드 친구처럼 퇴짜를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2주 간 스웨덴 북부에서 일하면서, 또 그전에 1주 정도 스웨덴을 여행하면서 스웨덴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을 느꼈다. 스웨덴뿐만 아니라 함께 여행했던 덴마크와 핀란드 역시 괜히 북유럽 복지 국가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체감한 여행이었다.
나중에 북유럽 문화에 대해 자세히 글을 쓸 예정이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모든 이들을 존중하고자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고, 사람들이 일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기에 가정과 퇴근 후의 삶이 중요하고, 아이를 위한 시설이 어딜 가나 마련되어 있다.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여태까지 내가 보고 자라왔던 것들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이제는 내 안에 새롭게 정의된 것들이 나의 가치관으로 자리 잡고 ‘편한 것’보다는 ‘옳은 것’에 대한 추구를 시작하였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된 순간, 나는 깨어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