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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카우치서핑 스토리3

프랑스 파리, 니코 편

by 장윤서

2달간의 여행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직전 프랑스 파리에서 니코를 만났다. 나의 첫 브런치 글 ‘영원한 것은 없다’에도 등장한 니코는 이후에 한국에서 재회하는 인연으로 이어진 나의 파리 카우치서핑 호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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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는 기차 회사에서 일을 했고 그의 집에는 어린이 승객들이 그려준 그림들이 가득했다. 그는 회사 광고에도 출연한 이력이 있는데 거실의 한가운데에는 광고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심지어 기차에서 승객들에게 안내방송을 할 때 음을 넣어서 노래 부르듯이 안내방송을 한다고 하는데 여러모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본인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 도대체 몇이나 될까? 니코는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친절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나도 안내방송 노래가 나오는 기차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니코는 한국에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었고, 간단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을 정말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이었다.


부산을 여행할 때 바닷가에서 만난 한국인 가족과 자갈치 시장에서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그들에게 저녁식사를 계산당한(?) 경험과 경찰차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자 부산 경찰들이 니코를 태우고 한 시간 동안 부산 구경을 시켜준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한국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한국 사람들 때문이라고 했다.


환영.jpg 니코가 적어준 '환영', 이런 사소한 것들이 감동이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프랑스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니코는 파리에 하루밖에 머물지 못하는 나를 위해 전기자전거로 파리 야경 투어를 해주었다.


저녁.jpg 니코와 함께 한 저녁, 알고보니 굉장히 유명한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니코의 전기자전거 뒷자리에 타 파리의 밤을 감상했다. 조르주 퐁피두 센터부터 파리 시청, 노트르담 대성당과 에펠탑,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 등 파리의 유명 관광지들을 자전거 위에서 구경했다.


가다가 걷고 싶은 곳이 생기면 자전거를 멈추고 내려 산책을 했다.


니코가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 이야기도 하고, 생 미셸 광장에서 버스킹 공연도 보고, 센 강의 다리를 건너며 얼마 전 열린 파리 올림픽 이야기도 했다.




일몰 후 매 정각마다 5분 동안 조명으로 반짝거리는 에펠탑을 보기 위해 시간을 맞춰 에펠탑 앞으로 왔다. 시간은 어느새 벌써 밤 12시였다. 유럽에서의 마지막 날을 반짝이는 에펠탑 앞에서 맞았던 그 날의 그 기분은 형용하기 어렵다.


그동안 여행에서 만났던 인연들이 떠올랐고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과 추억들에 감사했다. 말없이 그 자리에서 에펠탑이 반짝이는 모습을 보았다. 또 하나의 특별한 밤이었다.


에펠탑.jpg 파리올림픽 기념 에펠탑.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니코와 길거리에서 크레페를 먹었다. 전기자전거라고 해도 몇 시간 동안 나까지 태우고 페달을 밟았던 니코는 힘들었으리라. 투어와 저녁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었고 우리는 크레페 가게 맞은편 의자에 앉아 바로 옆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크레페에 집중했다.


바로 그때, 눈 깜짝할 사이에 자전거를 탄 누군가가 우리 앞을 지나갔다. 무슨 일이지 싶은 순간, 자전거 바구니에 올려놓았던 니코의 가방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였다.


니코는 빠르게 도둑을 쫓아갔지만 결국 가방은 다시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장을 보기 위해 가져온 빈 가방이었고 다친 사람도 없었지만, 새삼 파리의 치안이 실감 났다. 이제까지 유럽 여행을 적지 않게 했는데 스페인에서 반년 살았을 때를 포함하여 소매치기를 처음 목격한 순간이었다.


시테섬의 Pont au double.jpg 유난히 달이 잘 보이던 날, 시테섬의 Pont au Double.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이번 여행에서 우연한 계기로 카우치서핑을 하였고, 특별한 경험과 소중한 인연들을 얻었다.


나는 카우치서핑 찬양론자이지만, 카우치서핑을 통해 성범죄나 위험한 일, 불쾌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호스트를 구할 때 호스트의 프로필과 후기를 꼼꼼히 읽어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카우치서핑은 무료 숙박 플랫폼이 아닌, 문화 교류 플랫폼이다.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호스트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문화에 대해 교류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기대되는 커뮤니티라는 것이다.


상식과 배려, 존중을 바탕으로 행동한다면 어떤 여행책자나 블로그에도 나오지 않는 로컬 맛집과 팁들을 전수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지인과 어울리는 경험도, 어제는 전혀 몰랐던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 4명의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만났는데 어떤 호스트들은 나에게 집 열쇠를 주기도 했고 호스트 없이 나 혼자 집에 머물렀던 날도 있다. 그들이 보인 신뢰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들에게 받은 호의와 친절을 다른 이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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