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데' 사미 문화 축제
스카이데(Skajdde) 축제에서 봉사 활동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역시나 일이 한가한 틈을 타 공연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공연은 사미족의 신화를 Joik(요익)이라는 사미 전통 음악과 춤, 서커스로 풀어내는 종합 예술 공연이었다. 요익 가창자가 무대 한 편에 서서 요익을 부르면 댄서들이 중앙 무대에서 신화의 내용에 맞추어 현대 무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요익은 판소리같이 말과 노래로 구성되어 있는데 굉장히 오묘하다. 많은 가사를 랩처럼 내뱉는 구간도 있고, 아예 가사 없이 흥얼거리는 구간도 있고, 시 낭송 같기도 한데 노래 같기도 하고, 굿을 하는 것 같기도 한, 감정에 북받쳐 울부짖는 구간도 있고, 입으로 인간의 소리가 아닌(?) 효과음을 내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장르와 유사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그러나 전달되는 느낌만큼은 아주 강렬한 음악이다.
메인 댄스 무대 외에도 웅덩이 옆에서 물을 주제로 한 행위 예술 역시 인정적이었다. 싱잉볼을 이용해 명상을 하기도 하고, 큰 천을 이용하여 움직임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즉석에서 입으로 낸 소리들을 쌓아나가 반주를 만들어 그 위에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행위들을 선보였다. 물을 숭배하는 민속 신앙의 한 장면을 본 것만 같았다.
공연자는 핀란드 출신의 보컬리스트 메리로, 3일 동안의 축제를 마치고 마지막 날인 일요일 저녁, 아티스트들과 봉사자들을 한데 모아 명상을 진행해주었다. 캐빈 근처에 있던 작은 교회를 대관하여 진행하였고 다들 본인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편안한 자세로 자리를 잡았다. 교회에서 흔히 사용하는 벤치식 나무 의자에 누워 메리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통창 너머로 보이는 폭포수의 잔잔한 흐름과 바람에 살랑이는 나무, 저녁 7시였지만 오전 11시 같았던 눈부신 햇살, 귀에 전해지는 메리가 쌓아올린 잔잔한 선율은 무척이나 밝고 눈부신 이미지의 기억 한 조각으로 남아있다.
그 외에도 스카이데 축제에는 사미족 3명의 여신들에 관한 어린이를 위한 1인극, 숲길을 걸으며 동화를 들려주는 어린이 숲속 트레킹, 서로의 몸에 의지한 묘기를 보여주는 서커스, 숲속에 전시된 미술작품 등 방대한 자연의 공간을 활용하여 볼거리, 즐길거리를 마련하였다.
장소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스토르포센(Storforsen) 폭포 옆 암석 지형이 굉장히 넓은, 그 암석 위에 무대도 설치하고 관객들도 돗자리를 펴 앉는 모습이다. 무대 왼편에는 숲길이, 오른쪽으로 5분만 걸어가면 유럽 최대 급류의 폭포인 스토르포센이 나온다. 캐빈에서 축제현장까지 걸어서 이동할 때도 있었는데 이때에는 스토르포센 폭포 옆을 지나게 되어있다.
미스트를 분출하며 거센 물살이 흐르는 것을 보며, 돌과 맞닿아 웅장한 소리를 내뿜는 것을 들으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고 자연 속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였다.
매일 저녁 축제가 막을 내리면, 캐빈 마을에서는 시 낭송 대회가 열렸다. 자작시를 낭송하는 대회였는데 메인 무대에서 요익을 불렀던 가창자가 출전했을 정도로 시를 쓰는 것도, 낭송하는 것도 전문가인 사람들이 나섰다. 스웨덴어로 진행이 되어 스웨덴 친구들이 간간히 해석해주는 것 외에는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낭송자들의 감정만큼은 전달되었다. 교과서에서 시를 읽는 것처럼 또박또박 읽는 게 아니라 낭송자들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려가며, 울먹거리고, 온몸을 움직이며 구절들을 토해갔다.
스카이데 축제에 봉사자로 참여하면서 북유럽 토착 민족 ‘사미’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들이 겪었던 억압의 역사를 들으며 일제강점기의 우리나라가 겹쳐졌다. 우리가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되찾았듯, 사미도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되찾아가고 있다. 스카이데 축제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사미에 대해 배우고, 여러 감정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 나 역시 사미에 관하여 더 많은 것들이 알고 싶어졌고, 축제 이후 봉사를 이어나간 요크목(Jokkmokk)에서 사미 박물관을 방문하며 지식의 갈증을 해소해갔다.
- 다음 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