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았던 점, 사람들.
스카이데(Skajdde) 축제에서 일하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었던 점은 지미의 워크어웨이로 인해 봉사자들의 국적이 다양했다는 것이다.
자르코와 함께 셋이서 이름 따 지은 팀 YZA(윤서, 자르코, 아이코)를 결성한 일본인 친구, 항상 축제 스태프들의 점심을 책임졌던 스페인 샐러드 걸들(점심은 언제나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샐러드였다), 7개 국어를 하고 이탈리아에서 우주공학 일을 하는 스리랑카 친구, 저먼 보이(German boy)라는 별명을 갖게 된 말 그대로 독일 친구, 재택근무를 하면서 봉사에도 참여한 슬로베니아 친구, 봉사가 끝나고 핀란드 헬싱키에서 다시 만난 이탈리아 친구, 그리고 역시 여러 명의 스웨덴 친구들까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축제의 성공적 진행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살아온 나라와 문화, 언어가 다르고, 하는 일이 달라도 서로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사고의 틀이 같다는 점이 신기했다. 어디서 어떻게 나고 자라도 느끼고 생각하는 바는 인간이라면 공유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축제의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모두가 모여지내는 캐빈 마을에서는 시 낭송 대회와 바비큐가 열렸다. 시 낭송 대회는 ‘스웨덴 북부에서 일하기3’에 자세히 나와있다. 대회 관람을 마친 후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라 캐빈에 와 씻고 바깥 바람에 머리를 말리러 나왔는데 지미와 다른 봉사자가 장작을 나르며 바비큐 불을 지피고 있었다.
12시가 되지 않아 많은 봉사자들과 아티스트들이 바비큐를 즐기러 강가 옆에 자리를 잡았다. 20대 초반부터 60대 초반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축제를 위해 모였고 대화의 주제는 축제에 참여한 소감, 사미 문화에 대한 감상, 각자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남한과 북한의 관계 등 다양하고 자유로웠다.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면 다양한 인생을 엿볼 수 있고 동질적인 집단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축제 전 일정이 끝나고 나서는 기념으로 사우나에 자쿠지 타임을 가졌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사우나의 나라이다. 가정집에도 사우나가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공중 사우나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추운 지역에 사는 스웨덴과 핀란드 사람들에게는 삶의 일부이다.
이곳의 사우나는 나무를 때서 나무로 된 방을 덥히고 방 안에 있는 뜨거운 돌에 물을 부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돌에 물을 부으면 뜨거운 증기가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사우나 하수라면 낮은 곳에, 고수라면 계단의 위쪽에 앉으면 된다. 뜨거운 곳에서 몸을 지지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스웨덴의 사우나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사우나 옆에는 실내 수영장이 있었고 밖으로 나가면 실외 자쿠지가 있었다. 6명 정원인 자쿠지 안에 18명이 들어가 샴페인을 마시며 회포를 풀었다. 폭포를 마주보고 몸을 부대끼며 즐겼던 자쿠지는 축제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히 감성적이었다. 굉장히 웃긴 경험이기도 했다. 3일 전에는 서로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그 좁은 공간을 나눠 탕 안에 들어있다니. 나중에는 모기가 너무 많아 모기 수프가 된 자쿠지가 뭐가 좋다고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앉아 있었는지. 그냥 그 순간이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의 스웨덴은 해가 지지 않는다. 밤에도 해가 지지 않아 어둡지 않다. 시간을 잊고 놀기 딱 좋다. 밤인 듯 밤이 아닌듯한 느낌으로 젊은이들은 밤을 새웠고 아침에 각자의 캐빈으로 돌아가며 밤인지 아침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그 순간을 즐겼다.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 다음 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