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고양이
햇살 좋은 날,
피터는 캣타워에 살금살금 올라가 꾸벅꾸벅 낮잠을 잔다.
.
새벽 4시,
어김없이 피터가 깬다.
“냐옹…” 작은 소리로 나를 부른다. 애기처럼 옹알거리다,
"그르렁그르렁" 거리며 내 품에 파고든다.
나는 어느 사이 아침형 인간에서 이제는 새벽형 인간이 되었다.
(피터 덕분이다)
고양이는 원래 밤에 깨어 있고 낮에 잠을 자는 야행성 동물.
하지만 우리 피터는 아파트 고양이,
집사의 삶과 고양이의 삶에서 서로 밀고 당기며 균형을 맞춰 살아가고 있다.
예전,
해외에 살던 그때, 나의 첫 반려묘 벨리는
작은 고양이 전용 문으로 밤마다 모험을 떠났었다.
(밤마다 나가서 뭐하는지 몰래 따라가서 보았었다)
“오늘 시국 회의 어디서 하지?”
동네 각양각색의 고양이들이 모여 회의가 열리는 골목에서 쥐도 보고, 별도 보고, 그리곤 새벽이면 돌아와 내 발밑에 누웠다.
하지만 도심 속 아파트에 사는 피터는
밖에 나갈 수 없다.
그래서일까?
가끔 자고 있는 뒷모습을 보면 짠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