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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은소리 May 09. 2024

누가 유학 보내달라고 했어?

파장(뉴질랜드 유학 2편)

2013년 겨울

한국에서 유학준비를 마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뉴질랜드 초등학교인 클라이브스쿨을 다녔던 경험을 발판 삼아 네이피어시티의 또 다른 동네의 타라데일 하이스쿨(중고등 5년)에 호기롭게 입학을 하였다.


처음생각과는 다르게 딸내미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친구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기라서 여러모로 힘들어했다.

물론 모든 과목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니

아무리 한국에서 영어 좀 했다 해도 현지인처럼 말이 술술 나올 수 없는 뻔한 상황, 그리고  사춘기를 크게  앓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2차 성징기의 사춘기 시작 점이라서 딸내미의 고충은 많았다.

생각해 보니

엄마인 내가 간과한 게 있었는데  좀 더 빨리 초등학교졸업과 맞물려 유학을 왔어야 했는데 크게 아쉬움이 남았다.


외롭고 힘든 유학생활을 그래도 큰일 없이 성적도 우수하게 졸업하고, 드디어 대학 진학을 하게 되었는데 이번엔 뉴질랜드가 아닌

미국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딸내미는 나름 프라이드를 가지고 학업을 있어가던 중 전 세계를 집어삼킨 팬데믹 코로나19가 터졌다.

그 시점

불행하게도 집안의 경제적인 사정이 악화되었고

설상가상!

언제 터질지 몰랐던  남편과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그 모든 여파로 딸내미는 최종적으로  한국대학으로 편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말이 좋아 의견을 모은 것이지 딸아이 의견과는 상관없는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자식공부에 진심이었던 나는 노심초사 사면초과의 늪에 빠진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아마 그때부터일 것이다

마냥 순종적이고 착하고 공부만 하던 아이가  짜증이 늘면서 현실에 대한 분노표출을 시작하였다.

딸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나로선 충격 그 자체였는데

어찌 대처를 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니 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딸내미는 우리 집 현실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면서도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편입공부를 시작했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옆에 있는 나에게 한 번씩 큰 소리를 질러댔는데


내용인즉     

"내가 언제 유학 보내달라 했어?

엄마 아빠가 유학 가라 해서 갔고

끝까지 책임도 못줘주고 또다시 한국에 들어와

다시 편입공부를 하고 있으니 내 인생은 망한 거나 다름없어~

엄마, 아빠가 내 인생 책임져~     

나는 한국에도 외국에도 제대로 된 친구들이 많이 없는 붕 뜬 상태야~

어떤 때는 우리나라 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란 말이야~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려고 어릴 때부터 유학시켰어?"


울부짖으며 입술까지 부르르 떨면서 다소 격한 감정이 담긴 말들을 쏟아냈다. 

     

나는 마치 대역죄인이 된 기분과 죄책감이 들었고

딸에게 할 말이 있어도 제대로 말도 못 하는

벙어리 신세가 되었다.

나도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딸만큼이나  힘들었다.

끊임없이 번민하고 괴로운 시간의 연속!

인생!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고

미리 예습할 수도 없는..

딸내미 편입준비하는 기간 내내

허허벌판에 홀로 서있는 참담한 기분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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