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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은소리 May 03. 2024

크리스천입니다만

사주팔자


3년 전 봄

친구의 소개로 사주팔자 풀이 해주는 곳

소위 점집이란 곳에 다녀왔었다

당시 딸내미의 편입문제와 골치 아픈 가정사로

속이 소란하여 지푸라기 잡고 싶은 심정이 이었기에 성당에 몸과 마음을 두었음에도 무엇에 홀린냥 친구를 따라갔다.


인천 제물포 뒷역 개발이 안된 허름한 동네!

인적도 드문 으쓱한 골목길을 한참이나 걸어 들어가니 낡고 빛바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옛날집을 마주했다.


미리 예약을 하고 시간 맞춰 도착하니

할아버지 한분이 알이 작은 안경을 걸치시고 책상에 앉아서 기다리고 계셨다.

의자에 앉으며 머뭇거리는 나의 표정이 불안해 보였는지 먼저 말을 건네셨는데

'여긴 철학관이니 무서워하거나 긴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름과 태어난 시를 말해 보세요'


할아버지는 능수능란하게 한자를 써 내려가며

사주풀이를 해주셨는데

딸내미의 사주에 대해 선 편입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테니 그건 걱정 말고  다만 엄마가 딸을 이겨 먹으려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절대로 딸을 이길 수 없는 존재라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3년간은 딸에게 부적을 써서 베개밑에 넣어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래야 학교생활과 취업등에 도움이 될 거라면서..


사실 부적값도 그리 비싸지도 않았을뿐더러 막 권하 지도 않아서 자연스레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첫 부적을 받아와 딸내미 베개밑에 고이 넣어두었다.

그리고

나의 당시의  상황과 조심해야 할 일을 풀이해 주셨고

아이 아빠와의 관계에서도 깜짝 놀라울 정도로 기가 막히게 맞추었다

물론  남편과의 관계가 희망적인 이야긴 없었다.


그 후로  

딸내미는 편입에 성공하였고

나는 작년에도 딸을 위해 부적을 써왔었,

변함없는 불안한 가정사를 들었으며


올해도 마찬가지로  딸의 막지막 부적을 써와서 베개 밑에 넣어두었다.


알이 작은 안경 쓰신 할아버지의 당부는

엄마란 이름으로  딸을 위해 져주고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고 배려해 주고 사랑으로 감싸주라는 주문을 하셨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딸이 알바를 안 하니 용돈이 필요하겠고, 앞으로 철이 들 테니 걱정 말라는 말과 함께~

.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아이 아빠와의 관계는 희망적인 이야긴 올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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