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낮은소리 May 24. 2024

공황장애 내가?

몰랐다.


공황장애 내가?


딸내미와 말 싸움하는 이유들은 계획 없이 다양했다

나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딸내미의 기분을 상하게 라도 하면 말꼬리를 잡고 조목조목 따지곤 해서 

그럴 때마다 논리적인 사고는 어디로 도망쳐버리는지~

나도 모르게  욱~하고  격앙된 소리를 내뱉는다.

결국엔  말싸움으로 번지게 되고...

.

딸아이는 편입 후 1학기 동안 집에서 장거리 통학을 하게 되었었고

학교 수업은 6시 전에 마치는데 맨날 동아리 활동에, 학교 영자신문 저널 기자생활로 귀가 시간은 밤 12시를  넘기기를 밥 먹듯 하였다.

충분히 시간분배가 가능한 활동임에도  친구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고 싶으니 허구헌 날 12시를 넘기고 새벽 1시를 넘겨 귀가하는 딸내미가 처음엔 걱정이 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딸내미는

'엄마 학교생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엄마는 이해를 너무 안 해주는 거야~ 다른 애들은 늦어도 전화 한 통도 안 해~ 엄마만 언제 들어 들어오냐고 전화하니까 짜증 나서 받기 싫어~ 엄마는 정말 말도 안 통하고

어떤 때는 꼰대 같고 심지 언 나한테 가스라이팅 하고 있는 거야~~'


와~ 진짜 망치로 머리를 세게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너무 어처구니 없는 소리에  난 서럽기도 하고 억울한 마음이 커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엄마한테 가시 돋친 말로 상처를 주는 걸까? 


나는 점점 주변의 사람들, 가족까지도  어느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기도 하였다.

딸내미와 나 사이에 균열이 생기면서 매사에 의욕도 없고 어떤 것도  무의미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학원 수업을 늦게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수업 마친 학생들이 우르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나는 엘리베이터 맨 뒤쪽으로 밀렸고 순간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었는데 그만 정신을 잠시 잃었다.


어느 날은

많은 사람이 탄 엘리베이터에 가 하필이면 고장이 나서 그 잠깐 사이에 나는  극도의 두려움이 엄습해 와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다행히 잠시 후  문이 열자마자 '내려야 해요~'라고 소리치며  앞뒤 가릴 것도 없이 튀어 내렸다.

 .

폐쇄 공포증인가? 

싶었다.




결정적으로 병원에 간계기가 있었다.

자동 세차장안에서 세차를 하는데 갑자기 식은땀이 온몸을 적셨다. 심한 공포심에 휩싸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사건을 겪게 되었다.


점점 가슴도 답답하고 밤마다 잠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거나 좁은 공간에 갇혀있을 때 당장  죽을 것만 같은 느낌

그러나 죽지는 않았다.

이런 여러 일들을 겪은 후 예삿일이 아님을 알았다.


그 후

정신과에서 다양한 검사를 마친 후

공황장애와 불안장애,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내가 공황장애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이런 젠장! 

인생은

어쩌면 이렇게 지지리도  순탄하지도 않은 걸까?

몸과 마음이 단단히 고장 났다.


그 후 지금까지도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상담과 약 처방을 받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일단 나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