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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w Oct 30. 2022

미국에서 이직은 처음이라

인연의 매듭을 잘 지어야 또 좋은 인연을 맞이할 수 있다



영주권을 받기 전 나의 다이어리에는 '영주권을 받으면 ~해야지.' 하는 일종의 위시리스트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중 첫 번째는 단연 '한국에 나가는 일'이었다. 영주권을 받은 후 밟은 한국 땅의 느낌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며칠이 지나자 마치 원래부터 한국에서 살았던 것처럼 익숙하고 편했다. 보고 싶고 그리웠던 가족, 친구들과 그간 못다 나눈 소회를 원 없이 풀며 먹고 싶었던 곱창과 회도 욕심껏 먹었다. 몇 년 간 쌓인 묵은 체증이 가신 듯 속이 후련하고 개운한 느낌이었다.

한국에서의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미국으로 돌아온 나는 슬슬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함을 직감했다. 내가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이직'이었다. 남들에겐 너무나 쉽고 흔한 이직이 그동안 내겐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누구보다 간절한 일이었다. 2021년 4월에 영주권을 받은 뒤 나는 그 해가 가기 전 이직에 성공해 다가올 2022년 새해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었다.



4년간 보고 느낀 미국 회사생활

한국에서 2년, 미국에서 4년 간 각각 경험한 한국과 미국의 회사생활은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한국과 비교해 미국에서는 한 회사에 오랫동안 근무하는 것, 바꾸어 말해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대변하는 '근속연수'는 조직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필수 조건이 아니다. 근속연수가 짧든 길든, 나이가 적든 많든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대신 그 사람이 조직에 기여하는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 쉽게 말해 조직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갖고 있는지가 보다 더 중요하다. 원래부터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나이가 중요하지도 않을뿐더러 아무리 나이가 어리고 근속연수가 짧아도 능력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얼마든지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말인즉슨 반대로 회사가 판단하기에 더 이상 그 사람이 조직에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면(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오래 일했건 상관없이 하루아침에 해고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적어도 사기업에서는 소위 '철밥통'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실제로 나는 미국에서 약 4년 간 회사생활을 하며 몇 년 동안 매일같이 얼굴 보며 일했던 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되는 것을 몇 번이나 눈으로 목격했다. 자리 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한순간에 쓸쓸히 회사를 떠나는 것을 보며 미국이라는 나라의 냉정함과 단호함을 동시에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능력과 역량이 있다면 얼마든지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고 그만큼 대우도 확실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될 수도 있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그동안 미국에서 살며 느낀 점은 미국에는 여전히 인종, 학벌 등과 같은 민감한 요소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기회가 많은 땅이라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인건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 달리 나이가 많거나 대학교 졸업장이 꼭 없더라도 기술이 있거나 신체 건강하고 본인의 의지와 성실함을 갖추고 있다면 미국에서 충분히 괜찮은 조건의 좋은 일자리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인연의 매듭을 짓고, 미국에서의 첫 이직 도전기

영주권을 받은 후 비로소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그간 미국에서 지나온 시간과 사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어느덧 서른두 살이 되어있었다. 약 4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된 내게 '이직'이라는 새로운 도전과 자극이 필요했다. 드디어 내게도 퇴사와 이직이라는 선택권이 생긴 것이었다. 


이직을 하고 새로운 인연을 맞이하기에 앞서 이 회사에서의 인연을 잘 마무리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 인연의 시작은 내 의지대로 되지 않더라도 인연의 끝맺음을 어떻게 지을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다. 아무리 좋지 않은 인연이라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인연의 매듭을 잘 지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기억으로, 좋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남아있게 될 팀원들을 위해 나는 최대한 알려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그들에게 알려주며 일에 차질이 없도록 인수인계를 마쳤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떤 인연으로 또다시 만나게 될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를 맺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만들어진 인연을 최대한 깔끔하고 예의 있게 잘 마무리 짓는 것이다. 

그동안 이 회사에서 힘들었을 때도 많았지만 감사한 것도, 배운 것도 참 많았다. 개인 회사였기 때문에 시스템이 갖추어진 대기업에서 좀처럼 겪어보기 힘든 폭넓은 범위의 업무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또 내가 가진 경험에 비해 많은 책임과 선택권이 주어졌던 만큼 힘들었지만 업무적으로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에 와서 영주권을 받게 해 준 고마운 회사였다. 그렇지만 커리어적으로 아직 나는 부족했고 배워야 할 것들이 여전히 많았다. 그렇게 나는 본격적인 이직 준비에 돌입했다. 

  

이직을 계획하기에 앞서 먼저 나만의 기준과 고려 사항을 정리해 보았다. 먼저 나는 조금 더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큰 조직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또 지금까지 줄 곧 패션 회사에서 일을 하긴 했었지만 나의 직무는 디자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꼭 패션 회사가 아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의 업종보다는, 나의 직무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어 지금까지 내가 쌓아 온 업무 경력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1)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대기업 2) 커리어 스펙트럼을 확대할 수 있는 포지션(꼭 패션 회사가 아니더라도) 이 두 가지 큰 꼭지를 토대로 본격적으로 이직 준비에 돌입했다. 


먼저 그동안 잠자고 있었던 레쥬메를 손보았다. 미국에는 레쥬메를 편집할 수 있는 다양한 사이트가 있다. 내가 이용했던 사이트 'Zety'라는 사이트였다. 지원하는 회사 스타일에 맞게 레쥬메 디자인을 구성할 수 있고 직무 키워드와 관련된 내용을 자동으로 제안해 주는 기능이 있어 보다 쉽게 레쥬메 내용을 작성할 수 있었다. 



Google에 'Resume Builder'로 검색하면 Zety, Resume Genius, Live Career 등 다양한 사이트가 있다.



레쥬메 작성이 끝난 뒤, Indeed, Linkedin 등과 같은 구인구직사이트에 내 정보와 레쥬메를 업데이트했다. 매일 틈틈이 구인구직사이트에 들어가 새로 올라온 모집공고가 있는지 체크하고 관심 있는 회사와 포지션은 따로 저장해 두었다. 나의 상태를 '구직 중'으로 설정해 두어 리크루터와 다른 회사로부터 메시지를 받을 수 있도록 설정했다. 스크랩해 둔 회사 들 중 관심이 있는 회사 몇 군데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인터뷰를 보았다. 그렇게 약 세 달간 부지런히 이직 준비에 몰두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1년 12월 마지막 주, 인터뷰를 봤던 회사 중 한 곳으로부터 최종적으로 오퍼 레터를 받게 되었다. 

미국에 온 지 3년 8개월 만에 첫 이직이었다. 패션 업종은 아니지만 그동안 내가 쌓아온 직무 경력을 토대로 커리어 영역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포지션이었다. 그렇게 나는 3년 8개월간 몸담았던 회사와 인연을 끝맺음한 후 한번 더 도약을 위해 미국에서 첫 이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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