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w Oct 30. 2022

그래서, 미국에 간 거 후회 안 해?

선택, 그리고 5년간의 시간을 통해 내가 깨달은 것들



"내년 즈음이면 곧 대리 진급할 수 있을 텐데 왜?"

"미국에 가족도, 아는 사람도 없는데 왜?"

"이제 곧 서른이고 결혼도 해야 할 텐데 안정적인 길을 가는 게 낫지 않아?"



당시 주위에서는 대부분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과 말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을 따르는 길을 선택했다. '미국이 좋아서' 호기롭게 미국이라는 선택을 했다. 그렇게 스물아홉, 썩어가는 토양을 뒤엎고 미국에서 새롭게 뿌리내리기까지 약 5년 간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최저시급을 받는 인턴으로 미국에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했을 때

코로나로 출근을 하지 못해 무급 신세였을 때

영주권 진행이 올스톱되어 기약 없이 기다려야만 했을 때

갑작스러운 상황 속 회사에서 매니저가 되어 팀을 이끌게 되었을 때

가족도 친구도 없는 낯선 땅에서 주저앉고 싶었을 때


난생처음 겪는 일들을 준비도 없이 눈앞에서 마주하며 한국으로 돌아갈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미국에 다시 온 이유를 생각하며 내 마음을 꽉 붙잡았다. 내 선택에 대해 누군가는 도전정신이 있다고,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아무렴 상관없었다. 내 인생이었고, 내겐 꿈과 목표가 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붙들었다. 흐트러지는 중심을 잡기 위해 매일 기도하고 운동하며 버티다 보니 더디게 흘러갔던 시간도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나아질까, 달라질까 불안했던 내 미국 생활에도 조금씩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토양을 갈아엎고 새롭게 심은 뿌리에 심은 작은 씨앗 한 톨에서 아주 천천히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내 마음은 오직 나만이 바꿀 수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도저히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할 때가 찾아온다. 여기까지 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내려놓고 약해지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맹렬한 폭풍우가 몰아칠 때 인간이 맞선다고 피할 수 있겠는가? 그때는 그저 폭풍우가 지나가고 하늘과 땅이 잠잠해질 때까지 그저 기다려야 한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할 수도 없고 무조건 그 상황을 겪어 나가야 한다면 재빨리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기서 '받아들인다는 것'은 현실에 대한 굴복, 체념, 비관과 같은 소극적 의미가 아니다. 폭풍우가 잦아들고 어김없이 맑은 해가 떠오를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 자세, 그날이 왔을 때 다시 힘차게 밖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삼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내게 주어진 소중한 삶과 기회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적극적 의미이다. 변하지 않는 상황과 관계에 화를 내고 현실을 불평불만해봤자 나만 손해이다. 결국 괴로운 건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결국엔 내가 내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를 무력하게 만드는 늪에 빠져 지내기에 우리 인생은 너무 짧고 우리 자신은 너무 소중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프레임과 마음가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상황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변하는 순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처한 상황은 같았지만 내 마음과 생각이 바뀌자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훨씬 좋아지기 시작했다. 부정은 긍정으로 바뀌었고, 지금 겪고 있는 것은 성장을 위한 단련의 시간이라 생각했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겪고 있는 시간이 불행이 될 수도, 어떤 사람에게는 성장을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사실을 깨닫는다면 좀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인생에 기쁨이 왔을 때는 마음껏 감사하며 즐기되, 결코 우쭐하거나 자만하지 않으며 슬픔이 오더라도 자기 긍정을 잃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인내하다 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온다. 그리고 그 끝에 반드시 '성장'이라는 선물이 주어진다. 웬만한 상황과 관계에도 끄떡하지 않는 정신력과 단단함, 흔들림 없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근육이 생긴다. 



인생에는 영원한 불행도, 영원한 행복도 없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슬픔도 결국엔 끝이 있고 영원할 것 같은 행복도 어느샌가 조금씩 시들해진다. 불행과 행복, 어쩌면 모두 우리의 마음속에 달려있는 게 아닐까. 지금의 삶이 숨 가쁘고 힘이 든다는 것은 좋은 일이 생길 날이 곧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삶을 최선을 다해, 있는 힘껏 살아내야 한다.



스물아홉 그때의 선택이 내게 가져다준 것들


내 인생에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지 못한 채 미국에 왔지만 막상 미국에 와서 적응하며 살다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길과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먼저,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에 온 지 6개월 만에 영주권 제안을 받아 3년 후 영주권을 받았다. 그리고 힘들 때나 기쁠 때나 늘 내 옆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고맙고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다. 해외 생활이 길어질수록 진해지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감사함으로 바뀌어 전보다는 좀 더 철이 든, 살가운 딸이 되었다. 내가 지금 누리는 것들과 무엇보다 건강하고 무탈한 하루하루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었다. 코로나, 회사 등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인고하며 이젠 웬만한 상황에는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과 내면의 단단함이 생겼다. 코로나 상황에 갑작스레 매니저가 되어 팀을 꾸린 경험을 통해 무엇보다 '사람'을 배울 수 있었다. 외국인들의 삶의 방식을 보며 타인이 아닌, 나 자신과 내 삶에 오롯이 집중하며 사는 삶의 가치관이 달라졌다. 부족한 내 능력에 비해 많은 일들을 감당하며 업무적으로 뿐만 아니라 스스로 엄청난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간절했던 이직에 성공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현재에 감사하다. 

 

"그래서, 미국에 간 거 후회 안 해?"


누군가가 내게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말하고 싶다. 나의 지난 5년은 매 순간이 사건사고의 연속이었고 '순탄', '무난'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스물아홉의 내가 미국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도전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배울 수 없었던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고. 여전히 완벽하진 않지만 5년 전에 비해 외면은 훨씬 유연해졌지만 내면은 더욱 단단해졌다고.


미국이란 토양에 뿌리내린 나의 인생 씨앗은 때론 비와 바람을 견디며 이제는 조그맣지만 단단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또 꽃을 피우고 알찬 열매를 맺기 위해 스물아홉의 그때의 선택처럼, 거침없이 내 마음이 따르는 선택을 하며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앞으로 새롭게 또 펼쳐질 미국에서의 삶과 도전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전 10화 미국에서 이직은 처음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