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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w Jul 15. 2022

캘리포니아의 선셋은 여전히 아름답다

익숙함에 관한 고찰




얼마 전 핸드폰 사진첩을 열어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선셋 사진을 참 많이도 찍었었구나.'


2018년, 처음 캘리포니아에 왔을 때 보았던 선셋은 감동 그 자체였다. 

캘리포니아는 선셋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시이다.

때론 웅장한 클래식 연주곡처럼 붉은빛으로, 때론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핑크빛으로 도시 전체를 물들인다.

단 한 번도 똑같지 않은 색과 빛과 모양을 뽐내며 도시 전체를 압도하는 선셋에게 나는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그렇게 미국에 온 지 1-2년밖에 안되었을 때 내 핸드폰 사진첩과 배경화면은 온통 직접 찍은 캘리포니아의 선셋이 대부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선셋의 감동이 전과 같지 않게 느껴졌다.

매일 더욱더 화려한 색과 모양의 선셋에도 좀처럼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일이 줄어들었다.

나는 그것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뭘까?

왜 우리는 익숙해지는 걸까?


익숙-하다
1. 어떤 일을 여러 번 하여 서투르지 않은 상태에 있다.
2. 어떤 대상을 자주 보거나 겪어서 처음 대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상태에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


물론 이 익숙함이 좋을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런 익숙함이 우리에게 주는 고마움도 참 많다.


처음엔 어려웠던 업무에 익숙해지는 일

이사 간 동네의 지리에 익숙해지는 일

새로 산 전자기기 사용법에 익숙해지는 일


하지만 '기능이나 효율의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우리는 익숙함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는 무언가를 '자주 보고나 겪음으로써' 그것에 익숙해지고 그 안에 담긴 소중한 가치와 의미들에 무뎌져 버릴 때가 많다. 그것에 더 이상 감사할 줄 모르게 되고 심지어 불평하거나 짜증을 내며 의미 없이 흘려보낸다. 익숙함이라는 덫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려버린 것이다.



-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새파란 하늘과 동동 떠다니는 구름 사이로 쭉 뻗은 팜트리가 주었던 자유로운 도시 공기의 느낌 

- 타지에 있으니 더욱 그리운, 매일 차려주시던 정성 가득한 엄마의 밥상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연인 혹은 소중한 사람에 대한 고마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라는 시간의 기회



그렇게 익숙함은 '지금' 우리 삶에서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을 온전히 느끼며 누리는 것을 방해한다. 고마운 것들에 더 이상 감사하지 않고 아름다운 것들에 더 이상 마음이 감동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너무 메말라버리지 않을까. 그런 삶은 흑백사진처럼 색을 잃고 삶의 의미도 잃어버릴 것이다.





ܤ 짧은 생각, 하지만 한 번쯤 필요한.

당신은 매일 익숙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의미 없이 흘려보낸 적은 없나요?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의 사랑과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진 않나요?
당신의 일상에서 매일 보고 느끼는 것들 중 놓쳐버린 소중함은 무엇인가요?



오늘은 하루를 시작하기 전, 당신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삶과 기회에 감사하다고 소리 내어 말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오늘의 '익숙한 것들'에 대해 온갖 촉각을 곤두세워보자.

마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의 설렘처럼,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오늘 마주할 익숙한 것들이 당신에게 처음 주었던 느낌과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그것들이 당신에게 처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그것들이 당신을 어떻게 감동시켰는지.

그 사람은 당신에게 어떤 사랑과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는지.

그것들이 당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럼 분명 오늘의 하루는 전과 달리 더욱더 풍부해질 것이며, 작은 것에도 좀 더 감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삶과 의미는 더욱더 소중하게 다가와 아름다운 빛이 날 것이다.




(왼)2020년 3월 30일. 집 발코니에서 바라본 선셋. 우리 집 발코니는 최고의 선셋 맛집이다.

(오)2020년 3월 31일. 역시 또 집 발코니에서.   



(왼)2020년 1월 1일. 새해맞이 식사초대를 받아 지인분 집에 놀러 갔다가 집에 가는 길에.

(오) 2018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Fourth Of July) 연휴 때 해변가의 선셋과 연휴를 즐기는 사람들.



(왼)2019년 9월 15일. 다시 또 우리 집 발코니에서 바라본 선셋.

(오)2019년 6월 29일. LA 근처 식스플래그 놀이동산에서 놀고 집에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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