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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기 할아버지

더불어 사는 우리 동네

항상 새벽 4시쯤 되면 요란한 경운기 소리가 들린다.

한 번씩 경운기 소리에 눈을 뜨면 금방 잠들지 못하고 뒤 쳐 기는 경우가 있다.
변함없이 매일 새벽 4시 캄캄한 한 밤중에도 경운기 소리는 들린다.
잠을 설치다 보면 짜증날만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궁금하다.
도대체 이렇게 일찍 어디로 갈까?
한 번은 따라가 봐야겠다는 호기심이 들기도 했다.

어릴 때 시골에서 경운기 끌고 농사일을 많이 했다.
그때가 생각이 나서 그런가 오히려 경운기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모내기 때는 하루종일 경운기 로터리를 끼우고 가슴까지 올라온 장화를 싣고 농사짓던 때가 생각이 난다.

오늘은
아침 일찍 현관에서 인터폰이 울린다.
"누구세요?"
"어린이집 원장집 맞지요"
아 자세히 보니 이웃에 사시는 어르신이다.
매일 시장 갈 때 끌고 다니는 카트에 종이 박스를 모으시는 분이다.

"웬일이세요"
"아~ 내가 감자 농사를 지었는데 진짜 맛있는 건데, 좀 사달라고~"

아뿔싸 ~
며칠 전 아내가
농산물 파는 밴드에서 1박스에 3만 원에 구매해서 택배로 받아서 한번 먹고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웃 할머니가 부탁을 하는데~
한 박스는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출근하면서 이웃집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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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찾던 그분이다.
"경운기 할아버지"
새벽에 경운기 소리의 주인공이다.

마당에 비닐하우스를 창고처럼 지어놓은 곳에서
감자를 선별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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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1박스
가득 넘치게 담았다.
아이들과 삶아 먹기 딱 좋은 크기다.

"할머니 얼마예요?"
"내는 할머니 아니다"
"이모로 불러라" 하신다. ㅎ

가격은 2만 원이란다.
그것도 20kg씩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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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마음에 드네요.
크기가 큰 것은 몇 천 원 더 비싸단다.
우선 1박스를 차에 싣고 왔다.
대충 보니 10박스 정도 되는 거 같다.


어르신 농사지은 거 못 팔아서 걱정이 많으시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우리 동네 단체 카톡방에 홍보를 했다.

혹시 감자가 필요하신 분
10박스입니다.
조기 판매 종료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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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올려서 몇 박스를 팔아드렸다.

우리 지역 농산물을 팔아주는 직거래 장터가 있으면 좋겠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서로 상생하는 동네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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