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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 어르신

자식 다 소용없다.


우리 동네에 오래된 아파트가 있다.

내가 상대동에 처음 이사 와서 학원을 시작할 때부터 있었던 오래된 아파트다.

그리니까 대략 30년은 훨씬 넘은 아파트다.

특이한 것은 보통 5층짜리 아파트인데, 이곳은 그 당시에 지을 때 6층으로 지은 아파트다.

여기에 사시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로 계시는 분의 소개로 어른을 찾아뵈었다.


이 분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를 맡고 계셔서 집집마다 조금씩 사정은 알지만 특히 어르신은 혼자 계셔서 반찬을 만들어 갖다 드리는 봉사를 적극 추천 하셨고 반찬을 갖다 들려 가다가 어르신을 알게 되었다.

한 번은 어르신 집에 방문을 할 일이 있어 들렀는데, 날씨는 더운데 혼자 누워서 힘 없이 계속 잠만 주무신다.


"어르신 식사는 하셨는가"

"대답도 없어 고개만 가로젓는다"


냉장고는 텅 비어 있고, 밥솥은 돌아간 지가 가마득하다. 재차 여쭤보니 빵 한 조각 먹었다고 한다.

몇 번을 이야길 계속하니


"이거 좀 사주소"라고 휴지통에 빈 통을 들어 보인다.

"뉴케어"라고 하는 어르신 식사대용 영양보충 음료이다.


가까운 마트 곳곳을 뒤져봐도 뉴케어는 팔지 않는단다.

급히 홈플러스로 앞 약국에 가서 뉴케어를 물어보니 이곳은 팔지 않는 단다.

이곳, 저곳 수소문해서 찾아간 곳은 이동 S병원 뒤편 약국에서 판다는 정보를 갖고 달려갔다.


우선 며칠 동안 드실 수 있는 "뉴케어"를 사서 어르신께 갖다 드리고 왔다.


우선 급한 건 해결했지만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여 오후에 어르신 아들한테 연락이 닿아서 문자를 남겼다.

어르신이 뉴케어를 사 달라고 하셔서 우선 사드렸는데, 아드님 자주 못 오시면 인터넷으로 주문해 주시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더니 문자가 왔네요.


"감사합니다. 오늘 퇴근해서 주문하겠습니다."라는 답이 왔네요.


할머니는 10개월 전에 돌아가시고 어르신은 멍하니 6층에서 창밖만 쳐다보시고, 이야기도 잘 안 하신다.

그래서 아들과 통화를 해보니 아들은 50 정도 되었는데, 아직 혼자 사신다.

그러면 아버지랑 한 집에 사시면서 식사도 좀 챙기고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들은 단호하다.

아버지 하고 성격이 안 맞아서 함께 못 산다고 혼자 나가서 산다.

이곳 아파트에서 할아버지 혼자 사신다.

밥은 거의 안 드신다. 컵라면, 햇반 등 만 구비되어 있다.


할아버지는 걷기조차 힘들어 6층에서 계단을 내려오시려면 30분 이상 실랑이를 해야 겨우 내려오실 수 있다.

이런 불편함도 아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렇게 불편한 몸을 이끌고 1층에 내려와 가끔씩 혼자 택시를 타고 병원을 다니셨다.


자식이 어릴 때 부모는 씻고, 닦이고, 먹이고, 혹여나 열이라도 나면 응급실로 업고 뛰고 달려가서 치료를 받게 했는데,,, 이제는 자식이 부모에게 할 차례인데,,,

자식은 아버지 하고 성격이 안 맞다고 집을 나와 혼자 사신다.


이제 우리도 나이가 들고 있다.

최소한의 자식으로 도리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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