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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은 상대동

유모차 할머니

보통 할머니들이 끌고 다니는 것은 "어르신 보행기"이다. 밀고 가다가 다리가 아프면 세워놓고 보행기에 앉아서 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런데 우리 동네 복지관 앞에 사시는 유모차 할머니는 애기들 태워 다니는 유모차를 항상 끌고 다니신다. 용도는 비슷하지만 유모차는 할머니가 직접 앉을 수는 없기에 "앉은뱅이 플라스틱 의자"를 싣고 다니신다.


오랜만 밭에 다녀가시나 보다.

우리 집 앞 부품가게 앞에 앉아서 쉬어 가시려는 모양이다. 유모차를 세우고 의자 내리기가 귀찮은 듯 계단에 걸터앉는다.


"할머니, 음료수 한잔 드시고 가세요." 식혜 한잔을 갖다 드렸다.

"아이고, 고맙심 데이~, 물 한잔이라도 나눠주면 공덕 쌓는데이," 하시며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신다.

음료수 한잔이 더 이한할 정도로 고맙다고 연신 인사하신다.


할머니가 쉬어 가려는 이유가 있었다.

부품가게에서 내놓은 종이 박스를 싣고 가실모양이다.

"할머니 제가 실어드릴게요."

"아이고, 고맙심 데이" 똑같은 인사를 하신다.

오랜만에 뵙더니 더 살이 빠진 듯 듯하다.

"고물상이 집 가는 길에 있어서 갖다주고 가려고~" 하시며 박스를 실은 유모차를 밀고 가던 길을 가신다.


박스 몇 개 가져간다고 몇 백원도 안될 거 같다.

아마도 고물집 사장님은 박스 몇 개 싣고 와도 가격을 떠나서 몇 천 원은 챙겨주시겠지요.


이렇게 귀한 노동을 하시는 89세 할머니가 있는 반면에~~ 어제저녁에는 나이가 60대 중.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젊은 남자 노인 한 분이 가게에 들어왔다. 술에 약간 취해 보인다. 앞에 지퍼도 반은 열려있고 오자마자 손님 테이블에서 돈을 요구한다. 난감해하던 세명의 남자 일행 중 한 분이 천 원짜리 몇 장을 손에 쥐어 드린다. 그런데도 좀 더 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일단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자고 손을 잡고 억지로 밖에 나왔다.

"집이, 어딘교"하고 여쭤봤더니 징징거리며 대답은 안 하고 막무가내로 돈 좀 달라고 손을 내민다.

"술이 취해서 뭐 하신 거예요."라고 정색을 했더니

"이 씨발 x x 놈이 "하고는 골목길로 사라진다.

욕을 하니까,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경찰에 신고할까 잠시 고민하다. 그냥 참자. 참자. 하고는 다시 가게로 돌아왔다.


어제도 잠시 이야기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말을 조심해야 한다. 나이도 지긋하신 분이 욕을 섞어가며 대화하는 걸 듣다 보면 너무 추해 보인다. 나이가 들수록 고운 말, 예쁜 말, 남 흉보지 말고, 칭찬하는 말을 골라서 하면 좋겠다.


오늘처럼 우중충한 날씨에는 따뜻한 커피가 좋네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사랑합니다.


#윤석열_소소한_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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