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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창인 May 27. 2020

85. 인공위성도 별

우리는

막차를 기다리는 정류장에서

굳이 빈 의자를 두고

도로경계석에 나란히 걸터앉아

하수구 졸졸대는 소리 들으며

고개를 한참 젖히고

짙푸른 진흙에 박힌 진주들을

알알이 이름 붙인다.


유난히 밝은 것에 내 검지가 닿자

바보, 저건 인공위성이야

아아 네가 그렇게 말하니 영락없는 인공위성이다


그렇지,

은은할 줄 모르고 저리 발광하는 건 사람 빛이지


언덕이 경계석으로 개울이 하수구로

하나둘 사람의 것이 되어갈 때

밤하늘만은 영원히 우러러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감시카메라처럼 염치없이 부라리는 저것을 보며

사람은 이제 모든 곳에 있구나

나는 사람을 못 벗어나는구나

돌연 사람이 무서워지고 만다


눈가가 시려워서 고개를 돌린 곳에

네 코가 초승달을 이고

네 눈이 별빛을 품고

네 머릿결이 은하수를 갠다


아아 너는 우주였구나

내가 겁내지 않고 와락 끌어안을 우주


그러다 별빛도 나를 바라본 것은

역시 눈가가 시려웠기 때문일까

떠나간 막차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을

역시 입안에서 굴려대고 있을까


이 조작된 도시에서 사랑하는 방법은

함께 노래하는 우울만이 알고 있으니


우리는 밤길을 그저 걷기로 하고

우주에 기댄 나는 아이처럼 샐죽 입술을 내밀고


인공위성도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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