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지금 여기

91. 담배 2

by 백창인

너의 피부는 밤에 더 잘 타고

나의 치부도 밤에 더 잘 탄다


농축된 붉은 수치심을


먹어치운다

검은 공기만 남을 때까지


비틀거리는 그믐달


어째 저리 유약하냐며

던진 비웃음은


어둠을 바른 유리창에 튕겨

도로 나를 때렸다


불룩한 주머니

원래부터 내 것이었고

앞으로도 내 것이어야 하는


열댓 개의 수치심들

가지런히

상처 없이

징그럽게

노교사의 분필함처럼


몇 밤이 지나야 이걸 다 먹어치울까


너를 더 태우기 싫은 것은

여전히 아이로 남고 싶은 나의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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