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도 녹색이었다"
커튼을 치다가 깜짝 놀랐다. 선인장이 누렇게 변해있었다. 예의 녹색은 줄기 끝에 간신히 매달려 생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구석에 있어서 눈치채지 못했다.
2년 전 이맘때 선물로 받은 선인장이었다. 소중한 사람의 흔적이었다. 흔적은 얼룩 때와 같다. 몇 번 씻으면 옷감에 동화되고 만다.
근 몇 달간 물을 준 적이 없다. 그래도 선인장은 잘 살아왔다. 잘도 녹색이었다. 언제부터 죽어간 걸까, 나는 씻어내지도 않았는데. 그날 밤 물을 한가득 담아 선인장에 주었다. 살리려고 그랬는지, 죽이려고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16.12.27 씀
17.06.03. 다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