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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인연

"내 인연은 아니었기를"

by 백창인

오래 전부터 감상문을 써야겠다 하고 운도 떼지 못한 책이 있다.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이다. 쉬운만큼 무겁게 내려앉는 수필들이 한 움큼 있다. '나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글이다. <인연>을 읽고 느낀 바를 남기려는 것은 나에게 소박한 즐거움을 주신 데에 대한 답례다. 그런데 내 글은 아직 어렵고 가볍다. 답례는커녕 누가 될까봐 아직 운도 떼지 못했다.


가장 좋아하는 글은 <종달새>지만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인연>에 있다.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마음이 물리적 거리를 끝내 이기지 못한다. 우리의 부족함이 인연을 만든다. 그래서 모든 인연은 슬픈가보다.


슬프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때그때 만나는 사람이 내 인연은 아니었기를 바란다. 인연이 없기를 바란다. 그런데 요즘은 그러지 못할 것만 같아 슬프고 만다.


16.11.0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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